김성현 전 미르재단 부총장 “최순실·최경희 3번 만났다”

입력 2017-01-31 18:30 수정 2017-01-31 21:05
미르재단 전 사무부총장 김성현(44)씨가 비선실세 최순실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최씨와 함께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을 세 차례 만났다”고 증언했다. 국회 청문회에서 ‘최씨를 만난 건 두 번뿐’이라고 했던 최 전 총장의 위증 정황이 또 하나 추가된 셈이다. 특검은 “김씨 증언을 최 전 총장에 대한 영장 재청구 사유로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31일 열린 최씨 등의 8회 공판에서 김씨는 “최씨와 함께 2015년 12월에 두 번, 다음해 초 한 번 등 모두 세 차례 최 전 총장을 만났다”며 “최씨가 동석한 상태에서 최 전 총장을 서울 63빌딩에서 만나 프랑스 요리학교인 에콜 페랑디 분교를 이대에 설립하는 사업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최 전 총장은 지난해 12월 15일 국회 4차 청문회에서 “최씨와는 2015년 가을쯤 처음 아주 잠시 만났다”며 “이후에는 최씨가 딸 정유라씨와 함께 지난해 4월 총장실로 와서 잠시 인사하고 갔다”고 말했었다. 김씨 증언이 맞는다면 최 전 총장은 최씨를 만난 횟수와 만나서 나눈 대화 내용을 모두 속인 것이 된다.

김씨에 이어 증인으로 나온 박헌영(39)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은 “최씨가 삼성뿐 아니라 SK에서도 직접 지원을 받으려 했다”고 말했다. 박 전 과장은 “최씨가 ‘체육인재 해외 전지훈련’ 사업 등 명목으로 SK에 80억원을 요구하면서 그중 50억원은 독일 비덱스포츠로 송금해 달라고 했다”며 “SK가 난색을 표하자 최씨 반응이 상당히 좋지 않았다. ‘SK가 까다롭게 군다’는 말을 했었다”고 했다.

박 전 과장 증언에 의하면 최씨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을 더블루케이의 사적(私的) 계약 자리에 동원했다. 박 전 과장은 “지난해 3월 누슬리가 더블루케이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할 당시 최씨가 ‘계약금액 5%는 더블루케이가 중개수수료로 갖는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넣으라고 지시했다”며 “만약 넣지 않는다면 안 전 수석과 김 전 차관은 그 자리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누슬리가 이 조항을 받아들이자 안 전 수석과 김 전 차관은 순차적으로 계약 장소에 나타났다. 박 전 과장은 “누슬리에 청와대 수석과 문체부 차관이 왔다고 말하니 깜짝 놀라면서 인터넷으로 두 사람을 검색해 봤다”며 “실제 두 사람이 맞다는 걸 알고 누슬리 관계자가 굉장히 당황했다”고 덧붙였다.

박 전 과장은 검찰 조사 중 최씨를 복도에서 만나 다시 검사실로 뛰어 들어갔던 상황도 설명했다. 박 전 과장은 “내가 진술하는 내용을 (최씨가) 알게 되면 좀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피하게 됐다”고 했다. 박 전 과장은 자신과 5m 정도 떨어진 피고인석에 앉아 있는 최씨 시선을 의식한 듯 “지금도 최씨를 대면하기가 편하지는 않다”고도 했다.

양민철 황인호 기사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