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자유다. (중략) 자, 자유다. 마음대로 뛰어라.”(‘봄’의 일부)
이처럼 투명성을 강조한 ‘날(生) 이미지’ 시학으로 주목 받은 시인 오규원(1941∼2007·사진)이 10주기를 맞았다. 시인이 재직했던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제자들이 주축이 된 ‘오규원 10주기 준비위원회’는 추모 시집 ‘노점의 빈 의자를 시라고 하면 안 되나’ 출간을 비롯해 고인을 기리는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고 31일 밝혔다.
10주기 기일인 2일 발간된 추모 시집 제목은 대표작 ‘버스 정거장에서’의 첫 구절에서 땄다. 이수명 김행숙 등 시인 48명이 ‘버스 정거장에서’를 비롯해 ‘대방동 조흥은행과 주택은행 사이’ ‘토마토와 나이프’ ‘한 잎의 여자’ 등 고인이 쓴 시 네 편 중 한 편을 골라 새롭게 쓴 시들을 묶었다.
고인이 영면한 강화도 전등사 소나무인 ‘시목(詩木)’ 참배에 이어 서울 종로구 청운동 갤러리 류가헌에서는 시 낭독회가 열린다. 류가헌에서는 26일까지 오규원 10주기 특별전 ‘봄은 자유다 마음대로 뛰어라’도 갖는다. 1990년대 건강이 악화됐을 당시 4년간 머문 강원 영월군 수주면 무릉에 머물며 직접 찍은 사진들이다. 이 사진을 묶어 사진집 ‘무릉의 저녁’(눈빛출판사)도 냈다. 고인이 사용한 카메라, 육필원고, 몸이 부자유스러워진 후 뜰을 찾은 새를 관찰하기 위해 사용했던 망원경 등 유품도 전시돼 애틋함을 더한다. 문학과지성사는 고인의 첫 시집 ‘분명한 사건’을 복간해 펴낸다.
고인은 경남 밀양 태생으로 ‘분명한 사건’ ‘순례’ ‘왕자가 아닌 한 아이에게’ 등의 시집을 냈다. ‘김춘수 전집’을 낸 출판사 문장사 대표를 지냈고, 1982년부터 약 20년 간 서울예대 교수로 재직했다. 현대문학상 연암문학상 이산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등을 수상했다.손영옥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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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규원 시인 10주기… 추모행사 봇물
입력 2017-02-02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