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철(68) 국립극단 예술감독의 임기가 3일 만료된다. 하지만 예술감독 임명권을 가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후임자에 대한 논의를 미뤄둔 상태다.
문체부가 최순실 국정 농단 및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태풍의 한가운데 있기 때문이다. 장관 2명과 차관 2명이 줄줄이 구속된 문체부에서 산하 예술기관의 수장 임명은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다.
문체부의 차기 감독 임명이 연극계의 거센 반발을 살 가능성이 큰 것도 인사가 미뤄지는 이유다. 연극계는 예술계 안에서도 일찌감치 검열 문제를 제기하는 등 가장 거세게 저항해 왔다. 블랙리스트가 밝혀진 이후엔 ‘검열백서’를 통해 부역자들의 행적을 낱낱이 공개하겠다고 벼를 정도다. 따라서 블랙리스트 연루 의혹을 받는 송수근 장관 직무대행의 국립극단 감독 임명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는 국립극단의 후임 감독 인선에 대해 조심스럽게 몇몇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극계에서 맏형 같은 존재로 평가받는 두 명의 50대 연출가가 후임으로 많이 언급됐다고 한다. 그러나 후배들의 신망이 두터운 두 연출가가 문체부의 제안을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논의가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사실 평론가 출신인 김윤철 감독은 연극계에서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3년간 국립극단이 세월호와 위안부 등 민감한 현안을 등한시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국립극단이 국내 연출가보다 해외 연출가의 작품을 더 많이 올려 ‘내셔널 시어터’가 아니라 ‘인터내셔널 시어터’라는 비아냥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여론에도 불구하고 문체부가 후임자 임명을 미룸으로써 김 감독이 한동안 자리를 지키게 될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문체부 산하 예술단체 수장이 임기를 마친 뒤 바로 짐을 싸는 대신 새 수장 취임 전까지 남아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규정이 바뀌었다. 업무 공백 우려가 없는 만큼 문체부로서도 서두를 필요가 없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감독 임명이 차기 정권으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장지영 기자
국립극단 예술감독 임명 ‘차기 정권 몫?’
입력 2017-02-02 00:02 수정 2017-02-02 0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