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계에도 미국의 반이민 행정명령 불똥이 튀고 있다. USA투데이는 30일(현지시간) 미국 프로농구협회(NBA) 사무국이 국무부에 행정명령에 대한 자세한 지침을 요구한 사실을 전하며 미국에서 활약하는 외국 출신 선수들에 대한 입국금지 여부를 문의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NBA 사무국은 로스앤젤레스(LA) 레이커스의 포워드 루올 뎅과 밀워키 벅스의 파워포워드 손 메이커가 수단(현재 남수단) 출신으로 7개국(이라크 시리아 이란 수단 리비아 소말리아 예멘) 국민의 미국 입국을 90일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해당되는지 불확실하다는 입장이다.
코네티컷주 체셔아케데미 소속 고교생 농구선수 촐 매리얼도 마음을 졸이고 있다고 USA투데이는 전했다. 남수단 출신으로 2년 전 미국에 온 그는 NBA 드래프트 1순위를 예약한 유망주다. 매리얼의 팀 코치 케빈 키호는 “행정명령은 매리얼과 상관없다”며 “여기는 여전히 미국이고 독재국가가 아니다”고 말했다.
2024년 LA에 하계올림픽을 유치하려던 미국 올림픽위원회의 시름은 깊어졌다. ‘스포츠를 통해 문화와 국적 등 차이를 극복한다’는 올림픽 정신과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가 정반대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유치에 성공해도 7개국 선수단의 입국 문제가 불거질 전망이다. 패트릭 샌더스키 올림픽위 대변인은 “새 정책이 뜻하는 바를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 행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반대 상황도 벌어졌다. 미국 조치에 이란 정부가 미국민의 입국을 금지하면서 이란 프로농구리그에서 활약 중인 미국인 선수 조지프 존스와 J P 프린스는 두바이에서 대기 중이다. 미국 레슬링 국가대표팀도 오는 16일부터 이틀간 이란에서 열리는 월드컵대회에 출전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스포츠 스타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소말리아 출신인 장거리 육상 스타 모 패러는 SNS에 “6년간 미국에 살면서 사회에 기여했고 세금을 냈으며 4명의 자녀를 길렀지만 앞으론 환영받지 못할 것 같다”며 “아이들에게 아빠가 집에 갈 수 없다고 설명해야 하는 곤란한 상황과 마주쳤다”고 토로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트럼프 ‘反이민 명령’ 파문, 스포츠계도 ‘조마조마’
입력 2017-02-01 0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