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두 번째 퇴출 위기에 처했던 키퍼 사익스(24·사진)가 결국 소속팀 안양 KGC인삼공사에 잔류한다.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프로농구(KBL) 각 구단의 무분별한 외국인 선수 교체 실태는 또 한 번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허점을 드러내고 있는 외국인 선수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사익스는 지난해 7월 KBL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2라운드 2순위로 KGC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178㎝의 단신 외국인 선수로 올 시즌 33경기에 출전해 13.3점 4.3어시스트 3도움을 기록했다. 평균 출전시간(23분 11초)을 감안하면 준수한 성적이다. 그럼에도 KGC는 그에게 신뢰를 보내지 않았다.
KGC는 지난해 12월 사익스를 울산 모비스에서 뛴 마커스 블레이클리(29·193㎝)의 교체 대상으로 점찍은데 이어 지난 26일에는 전주 KCC에서 일시대체선수로 활약했던 에릭 와이즈(27·193㎝)에 대한 가승인 신청을 냈다. 사익스 본인으로서는 올 시즌에 두 차례나 퇴출 대상으로 지목됐다.
리그 1위 KGC는 정규시즌과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목표를 잡고 있다. 포스트시즌까지 고려한 KGC 측은 데이비드 사이먼, 오세근 등 빅맨의 체력 안배와 골밑 강화 차원에서 사익스 교체를 검토했던 것이다. 골밑이 강해야 포스트시즌과 같은 단기전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KGC의 교체 선수 물망에 올랐던 와이즈와 블레이클리는 흔히 말하는 ‘언더사이즈 빅맨’에 속한다.
사익스에게 행운이 있다고나 할까. 두 차례 위기 모두 가까스로 넘겼다. 지난해의 경우 블레이클리가 KGC와 협상을 거부해 사익스는 팀에 잔류했다. KGC는 최근 허리 부상으로 이탈한 가드 김기윤이 시즌 아웃돼 사익스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리며 31일 사익스 잔류를 최종 결정했다. 이날 오전 와이즈에 대한 가승인 신청도 철회했다.
이 와중에 KGC는 용병 교체 결정을 지나치게 즉흥적이고 장기 계획없이 진행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KGC는 공공연히 사익스 퇴출 얘기를 흘렸고 이에 사익스는 생사의 기로에서 3경기를 소화하는 등 일종의 희망고문을 당했다. 구단의 결정도 굼떠 선수에 대한 배려도 없었다. 사익스 퇴출이 결정될 줄 알고 지난 30일 KGC와 삼성의 경기를 관중석에서 직접 지켜봤던 와이즈도 우스운 꼴이 됐다. 짐을 싸고 한국 농구판을 떠나야하는 와이즈는 KGC의 일관성 없는 결정으로 또다른 피해자가 됐다.
사익스 사례 외에도 KBL에서는 외국인 선수 교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12월에는 창원 LG와 대체선수 계약이 끝난 마리오 리틀을 두고 LG, 부산 KT, 서울 SK 등 세 구단이 영입전을 펼치기도 했다. 결국 KBL 조항에 따라 지난 시즌 순위가 낮은 SK에 우선권이 주어졌다. 하지만 ‘선수 돌려쓰기’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검증된 대체선수를 활용하려는 구단의 꼼수 논란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중간에 낀 일부 외국인 선수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한 시즌 동안 여러 팀의 유니폼을 입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한다.
이 기회에 현행 외국인선수 규정을 개정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농구계에 높다. 한 농구인은 “가승인 신청 횟수를 제한한다거나 대체선수와 계약을 한 팀에 우선권을 주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가승인 신청 뒤 단순 철회해도 아무런 제약이 따르지 않는 부분도 시정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기획] 배려없는 돌려쓰기… ‘용병 잔혹사’
입력 2017-01-31 2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