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유재경, 최순실 추천으로 대사된 것 인정”

입력 2017-01-31 18:30 수정 2017-02-01 06:45
최순실씨가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의 미얀마 방문을 앞두고 추진된 ‘미얀마 K타운 프로젝트’에 개입한 의혹과 관련해 유재경 주미얀마 대사가 31일 오전 서울 강남구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최순실씨가 유재경 주미얀마 대사의 임명에도 개입한 사실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조사결과 드러났다. 특검은 최씨가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인 미얀마 K타운 프로젝트에서 이권을 챙기기 위해 사전작업을 벌였던 것으로 본다. 특검은 알선수재 혐의로 최씨에 대한 두 번째 체포영장을 발부받았으며, 이르면 1일 집행할 방침이다.

특검은 31일 유 대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날 오전 귀국한 유 대사는 인천공항에서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바로 출석했다. “누가 저를 대사로 추천했는지는 모른다. 최씨가 저를 추천했다면 굉장히 사람을 잘못 봤다”고 큰소리치던 그는 특검 조사 3시간여 만에 최씨와의 관계를 시인했다. 이규철 특검보는 “유 대사는 최씨를 여러 차례 만났고, 최씨 추천으로 대사로 임명된 점은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검은 유 대사가 지난해 5월 미얀마로 부임하기 전 최씨와 만나 “잘 도와드리겠다”고 말한 정황까지 확인한 뒤 그를 소환했다고 한다.

삼성전기 임원 출신인 유 대사는 청와대 추천에 따라 대사직에 올랐다. 정부 관계자는 “유 대사는 직업외교관과 별개로 민간인 신분으로 공관장이 된 특임공관장”이라면서 “특임공관장은 대부분 외교부 장관이 추천하나 유 대사는 청와대 추천으로 임용 절차가 진행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유 대사 임명 당시) 장관을 포함해 외교부 내 그 누구도 최씨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유 대사의 임명시점은 K타운 사업이 추진되던 시점과 겹친다. 특검은 최씨가 자신이 추천한 유 대사를 통로로 삼아 760억원 규모의 K타운 사업에서 사익을 취하려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최씨는 K타운 사업에 참여키로 돼 있던 M사의 지분 15%를 차명으로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관계자는 “사업은 무산됐지만 알선 대가로 금품이 오가기로 약속만 돼 있어도 알선수재로 의율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K타운 사업이 대통령 순방과 연계돼 추진됐던 점 등에 비춰 박근혜 대통령이 최씨 추천을 받아 유 대사를 발탁하는 등 사업추진 전반에 관여했을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으로부터 “대통령 지시로 M사 대표 인모씨를 만나 지원방안을 논의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M사가 사업에 참여하게 된 경위도 특검의 수사대상이다. 2014년 무역업자 인씨가 설립한 M사는 미얀마 수출화물 선적 전 검사를 대행하는 업체로 자본잠식 상태였다. 특검은 최씨가 지분을 넘겨받는 대가로 M사의 사업 참여를 알선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인씨는 2011년에 H무역사를 설립했고, 지난해 7월에는 ‘미얀마 무역진흥국 서울사무소’도 열었다. 인씨의 3개 회사 사무실 주소는 모두 동일하다. 이날 찾은 사무실은 리모델링 공사 중이었다. 공사 책임자는 “지난 16일부터 공사가 진행됐고, 그전에 사무실은 이미 비워진 상태였다”고 말했다.

정현수 나성원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