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설립 이래 처음으로 본점을 옮긴다. 지하금고에 보관 중인 현금 수조원을 옮기는 ‘이송작전’도 펼쳐진다.
한은은 본점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동안 세들어 살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본관 내부 수리공사를 다음 달부터 시작한다고 31일 밝혔다. 한은은 삼성본관 28개층 중 1∼18층을 쓴다.
삼성본관 앞에는 조선 고종 때 백동전(白銅錢)을 찍던 옛 전환국 터임을 나타내는 표지석이 있다. 조선시대에 돈을 만들던 곳에서 임시로나마 한은이 둥지를 튼 것이다.
한은은 5월 말부터 이사를 시작해 6월 말까지 이전을 끝낼 계획이다. 임차기간은 2020년 4월까지다. 한은은 본점 리모델링 공사가 끝나면 현재의 중구 남대문로로 돌아온다.
한은 본점이 이사를 가면서 지하금고에 들어 있는 현금을 어떻게 옮길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전체 현금을 한 번에 옮긴다면 현금수송차량 수십대와 경비인력 수십명이 동원돼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것이다. 국가보안시설 가급인 한은의 지하금고는 철문 두께만 30∼40㎝에 이른다. 무장 방호원이 24시간 지킨다. 금고에는 현금 수조원을 보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에 풀리지 않은 신권, 시중은행들이 폐기 화폐와 재사용 화폐를 분류하기 위해 맡긴 돈 등이다.
삼성본관은 금고로 쓰기 어렵기 때문에 한은은 서울 강남본부와 수도권 각 지역본부에 현금을 분산시킬 예정이다. 구체적인 수송방법과 시기, 수송할 현금 규모 등은 모두 보안사항이다. 한은은 분산해서 보관한다는 원칙만 공개했다.
5만원권 ‘대속’(지폐 100장을 띠지로 묶은 ‘소속’ 10개를 벽돌처럼 포장한 것)을 현금수송용 스타렉스 차량 1대에 채우면 400억원까지 운송할 수 있다. 1만원권은 80억원 규모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철저한 보안 아래 이뤄진 분산작업으로 현금은 상당부분 이미 옮겨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비즈카페] 이사 앞둔 한은 “수조원 이미 옮겼다”
입력 2017-01-31 18:25 수정 2017-01-31 2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