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 섬들. 육지를 향해 떠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말 그대로 낙도(落島)가 돼 가고 있다. 복음 전파에 있어서도 낙도 선교는 교계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 게 현실이다. 1832년 충남 보령 보대도에서 칼 퀴츨라프 선교사가 한글로 번역한 주기도문을 전한 게 우리나라 최초의 복음 전파였음을 상기해보면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대도시 인구 과밀’이란 말이 먼 나라 이야기로 여겨질 만큼 인구유입보다 인구유출이 많고 고령화와 다음세대의 부재 등으로 선교환경도 척박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러나 이곳 목회자들의 선교열정은 여전히 뜨겁다. 최근엔 섬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성경벽화들이 낙도 목회자들의 열정에 활기를 불어넣고, 마을 주민들은 물론 섬을 찾는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완도 금당교회를 수놓은 성경 스토리
전남 완도군 금당도에 자리 잡은 금당교회(나덕규 목사) 담장엔 ‘천지창조’ ‘예수님의 탄생’ ‘노아의 방주 사건’ ‘십자가를 진 예수님’ 등을 담은 성경벽화가 그려져 있다. 지난해 여름 단기선교를 위해 이곳을 찾은 경북 구미상모교회(김승동 목사) 청년들 작품이다. 20여m에 걸쳐 펼쳐진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성경의 주요사건을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다.
금당도에서 42년째 목회를 하고 있는 나덕규(70) 목사는 31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교회 앞길이 선착장과 마을을 잇는 유일한 길인데 마을 주민은 물론 이들의 친척, 관광객들에게까지 자연스레 복음이 전달된다. 교회 담장 전체가 하나의 그림 전도지인 셈”이라며 활짝 웃었다. 그는 “교회 앞길을 오가다 성경벽화 앞에서 행복하게 기념촬영 하는 사람들과 인사 나누는 광경을 보는 게 요즘의 행복”이라며 “벽화가 그려진 지 6개월여 만에 금당도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고 했다.
벽화작업이 한창이던 지난해 여름의 특별한 추억도 풀어놨다. “7월 말이라 한참 더웠을 때인데 담장이 높아 벽화를 그리려면 3m 높이의 사다리까지 타고 올라가 그려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다들 난감해하고 있는데 교회 옆집에 살던 이웃집 아저씨가 지게차를 몰고 오더니 손짓을 하더라구요. 지게차에 패널을 얹어 올려 줄테니 안전하게 작업하라는 거였어요. 평소 교회사역에 쓴 소리만 하던 불신자였는데 작업 첫째 날 청년들이 땀 흘리며 벽화 그리는 모습이 기특해 보였는지 손수 지게차를 끌고 온 겁니다. 그날 이후 그 분을 위한 기도도 더 뜨거워졌죠(웃음).”
성경벽화, 죽도 복음화의 방패
40가구, 주민 60여명이 거주하는 경남 통영의 작은 섬 죽도에도 올 겨울 단기선교팀의 붓칠이 섬 곳곳을 따뜻하게 휘감았다. 단기선교를 위해 통영죽도교회(한광열 목사)를 찾은 경기도 남양주 덕소교회(문홍선 목사) 선교팀이 마을회관 주변 골목 담장에 벽화와 함께 성경구절을 그려준 것이다.
죽도 사역 17년차인 한광열(55) 목사는 “벽화가 그려진 뒤 골목을 오가는 마을 주민들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며 “주민들이 이전까진 선교팀이 들어올 때 이·미용 봉사나 마을잔치를 기대했었는데 앞으론 점점 바뀌게 될 길가 담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요한복음 3장 16절이 새겨진 건물은 주민들이 선착장을 바라다보며 배편을 기다리는 쉼터 같은 곳인데, 육지와 여길 오가는 많은 사람들이 평상위에 앉아 자연스럽게 육체적·정신적 안식을 취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죽도를 비롯한 통영 지역은 중요무형문화재와 축제란 이름으로 해마다 굿판이 벌어질 만큼 우상숭배가 만연한 곳”이라며 “하나님의 말씀이 담긴 벽화들이 죽도 복음화의 든든한 방패가 돼주는 것 같아 든든하다”고 했다.
낙도선교회 대표 박원희 목사는 “마치 오아시스 같은 존재인 육지 단기선교팀을 바라보노라면 초기 선교사들이 땅끝이라 여기며 조선을 찾아와 다시 조선의 땅끝인 섬으로 복음을 들고 나섰던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섬의 선교 역사를 담은 벽화 등 콘텐츠를 잘 활용한다면 주민들에게 더 깊이 복음을 전할 수 있는 도구이자 섬을 찾는 이들에게 섬의 선교 역사를 문화로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교회 담장이 그림 전도지”… 성경벽화, 낙도의 명물 되다
입력 2017-02-01 00:00 수정 2017-02-01 1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