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사람들] 김남준 목사가 이끄는 신학 스터디 그룹

입력 2017-02-02 00:02
김남준 열린교회 목사(왼쪽)가 지난달 16일 신학 스터디그룹 멤버들에게 설명을 하고 있다. 안양=김보연 인턴기자
현재 공부 중인 교재.
지난달 16일 월요일 오전 8시 영하 10도의 차가운 날씨를 뚫고 경기도 안양 동안구 열린교회(김남준 목사) 건물 7층 안쪽의 스터디룸을 찾았다.

김남준 목사는 수년째 신학 스터디 그룹을 이끌고 있다. 신학대학원 시절부터 3∼4년째 참가하는 젊은 목회자들이 다수를 차지했다. 스터디 멤버가 되기 위해 시험을 치러야할 정도로 신학생들 사이에선 인기가 많다.

10여명이 책과 발제문을 놓고 탁자 둘레에 앉아 있었다. 한쪽 끝엔 김 목사가 있었다. 책은 순수신학공관(Synopsis of a Purer Theology) 원서. 돌프 테 벨데(Dolf te Velde)가 편집한 17세기 조직신학 관련 원서였다. 공부에 대한 열기 덕분인지 내부 온도는 영상 24도를 웃도는 것 같았다. 이재국 목사가 먼저 김 목사의 설교 ‘영광의 비밀 그리스도’(골 1:27)를 요약하고 비평했다.

인생의 의미와 세계의 경륜을 알기 위한 열쇠가 그리스도라는 것을 설명한 내용이었다. 황영광 목사가 “오늘 본문은 서신서인데, 복음서 설교와 분위기가 많이 다른 것 같다”고 했다. 김 목사가 간단히 그의 말을 받았다. “서신서는 실력이 없어도 설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들 “하하”하고 웃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서신서는 본문에 주제가 있기 때문에 설교하기가 쉬워요. 반면 복음서의 사건은 영감이 있어야 주제를 받을 수 있어요. 그런 면에서 구약 설교가 가장 어려워요. 구약은 신약과의 연결을 고려해야 하니까.” 구약, 복음서, 서신서 순으로 설교 실력이 드러난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설교 비평 후 본격적인 스터디를 시작했다.

각자가 맡은 부분을 돌아가면서 읽어내려갔다. 주제는 원죄였다. “…하나님은 모든 실체의 창조주이시지만 죄는 하나님에 의해서 창조된 것이 아니며, 피조물도 아니며, 본질도 아니기 때문이다….” 김 목사가 이 대목에서 끊었다. “악은 실체가 아닙니다. 악은 선에 기생합니다. 감기 바이러스를 예로 들어 보죠. 건강한 우리 몸에 바이러스가 침투함으로써 우리의 건강이 손상됩니다. 악도 선한 상태를 망가뜨림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강독은 1시간 넘게 이어졌다. 김 목사는 잘못된 표현을 고쳐주기도 하고, 의미를 설명해주기도 했다. 김 목사의 여유 있는 태도와 부드러운 농담 속에 분위기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김 목사는 이렇게 매주 월요일 오전 2시간가량 신학 책을 읽고 있다. 스터디 후 김 목사에게 매주 공부하는 것이 힘들지 않은지 물었다.

“우리가 뭔가 하지 않는 것은 재미가 없어서 그럴 겁니다. 저는 학생들과 같이 신학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게 재미있어요. 학생들의 질문에 움찔하면서 저도 더 열심히 책을 보게 됩니다. 허허.” 신학에 정통할 뿐만 아니라 안정적 목회로도 유명한 김 목사는 스터디를 통해 후배 목회자들에게 설교의 지혜뿐만 아니라 신학의 정수를 나누고 있었다.

안양=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사진=김보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