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선주자들 경제토론회 열어 위기 해법 밝혀라

입력 2017-01-31 17:25
헌법재판소가 2월 말이나 3월 초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인용한다면 4월 말이나 5월 초 ‘벚꽃 대선’을 치르게 된다. 유권자들이 대선 주자들의 국가 비전과 국정운영 방향을 알 수 있는 기간은 앞으로 기껏해야 석 달이다. 지금 대선 주자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표에 유리한 선심성 공약만 남발하고 발등의 불인 경제위기에는 침묵하고 있다. 우리는 ‘깜깜이 선거’나 ‘후보 검증에 실패한 선거’가 나라를 어떻게 망치는지 박 대통령 사례를 통해 처절하게 학습하고 있다. 다음 대선도 이렇게 대충 치를 수는 없다.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정운찬 전 총리가 다른 대선 주자들에게 제안한 ‘긴급 경제현안 공개 토론회’는 그런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정 전 총리는 3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들은 알권리가 있다”며 “참모가 써준 정책을 읽는 대독 토론은 무의미하다. 험난하게 몰아치는 파도를 뚫고 배를 몰아야 하는 선장이라면 스스로 헤쳐나가야 할 방법을 알아야만 그 높은 파고를 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백번 지당한 말이다. 나라를 이끌려는 지도자라면 자신의 신념과 비전을 갖고 말하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은 본선은 물론이거니와 양당이 경선을 치르기 전부터 여러 차례 TV 토론회를 갖고 각 후보의 정책을 꼼꼼히 비교하고 검증한다. 안방의 유권자들은 TV를 통해 대선 주자들의 자질과 정책을 보고 후보를 선택한다. ‘TV 선거’ ‘대통령 면접시험’이라고 불릴 정도로 TV 토론회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우리 경제는 2%대 저성장 늪에 빠져 있고, 밖으로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라는 거센 쓰나미를 맞고 있다. 이명박정부는 4대강 사업을 위해, 박근혜정부는 잦은 추경으로 채권을 마구잡이로 찍어내면서 국채와 특수채 발행 잔액이 900조원을 넘어 10년 만에 2.5배로 늘었다고 한다. 나라 곳간이 이런 상황인데도 대선 주자들은 무슨 돈으로 국민들에게 100만원씩 기본소득을 나눠주고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를 만들겠다는 것인지 답답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금의 우리 상황이 20년 전 일본과 유사하다며 ‘잃어버린 20년’에 접어들지 주목된다고 경고했다. 대선 주자들은 이런 고언에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지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