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균형 잡힌 역사교과서 만들자

입력 2017-01-31 17:25
새로 만들어질 중·고교 검정 역사 교과서 집필기준과 올해부터 연구학교에서 쓰일 국정 교과서 최종본이 31일 공개됐다. 집필기준은 검정 교과서의 서술 범위와 방향, 유의점을 집필자들에게 제시하는 가이드라인 성격을 띤다. 국정 교과서는 2개월여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해 이날 최종본이 공개된 것이다. 지난해 12월 27일 국정 교과서의 일선 학교 적용 방식을 2017년 연구학교 시범 시행, 2018년 국·검정 교과서 혼용으로 정리한데 따른 후속조치다.

가장 논란이 됐던 대한민국 건국 시기 서술과 관련해 교육부는 검정 집필기준에서 ‘대한민국 수립’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용어를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집필기준 자체는 국정 교과서의 편찬기준 내용과 같지만 집필 유의사항에 ‘대한민국 출범에 대해 대한민국 수립, 대한민국 정부 수립 등으로 표현하는 다양한 견해가 있음에 유의한다’는 문구를 추가한 것이다. 대한민국 건국 시기는 현대사 기술에서 보수와 진보간 대립이 가장 첨예했던 부분이다. 최근에는 진보 학자를 중심으로 검정 교과서를 ‘무늬만 검정’이라며 집단으로 집필거부 선언까지 나오는 상황이었다. 수정 불가 입장을 고수했던 교육부가 ‘대한민국 정부 수립’ 표현을 허용하겠다고 선회한 것은 이런 반발을 무마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혼란을 부추긴다는 일부 지적도 있지만 반대 진영의 의견을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국·검정 혼용 체제에 따라 국정 교과서는 3월 학기부터 연구학교에 보급되고 새로운 검정 교과서는 1년 후 나오게 된다. 이념적 편향성 논란을 일으킨 현행 검정 교과서가 국정 교과서 태동의 빌미로 작용한 점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이런 논란을 불식시키고 균형 있는 사실(史實)에 근거한 고품격·고품질 검정 교과서를 만드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그런 다음 국정이든 검정이든 선택 여부는 결국 학생과 학부모, 교사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