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새누리당의 구애가 낯 뜨겁다. 엊그제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황 대행이 우리 당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데 이어 정우택 원내대표도 31일 “그분이 우리 당에 온다고 하면 저희 당으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거들었다. 정 원내대표는 “인품이나 여러 행태로 봐서 훌륭한 분이라고 판정되고 있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런 집권당에 대해 기존 야당은 물론 새누리당에서 분당한 바른정당마저 “대선 후보를 구걸하는 모습이 참으로 안쓰럽기 짝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황 대행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 성향의 예비후보들 가운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뒤를 이어 지지율 2위를 달리고 있다.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이 빠지자 황 대행이 보수층의 ‘구원투수’로 급부상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정치 지형이 변한다고 해도 여전히 여당의 지위를 갖고 있는 새누리당이 황 대행을 대선 후보로 영입하려고 나서는 것은 여러 모로 바람직하지 않다.
우선 황 대행을 탄핵 위기에 처한 박근혜 대통령과 따로 떼서 생각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 정부 초대 법무장관을 거쳐 2015년 6월 국무총리에 취임한 그는 최순실씨를 알았든, 몰랐든 국정의 2인자로서 농단 사건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 황 대행이 최순실 사태와 무관한 것처럼 여당 모자를 쓰고 출마한다면 국민이 이를 정상적이라고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새누리당의 행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무리 당내에 유의미한 지지율을 가진 후보가 없다고 하지만 자신들이 만든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소추를 당한 마당에 그 밑에서 총리로 일했고 현재는 국정을 총괄하고 있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후보로 영입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후보를 내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환골탈태를 다짐했다면 그에 맞는 언행을 하라는 것이다.
논란의 중심에는 황 대행의 애매모호한 태도가 있다. 그는 지난 2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이 잇따랐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상황이 아니다”고 어물쩍 넘어갔다. 새누리당 정진석 의원이 “황 대행의 대선 출마는 말도 안 되는 미친 짓”이라고 비판하자 “정치인으로서 품격 있는 표현을 써야 한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러니 출마할 가능성이 계속 회자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 아닌가.
황 대행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대선 생각이 없다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면 된다. 그러나 출마하겠다면 대통령 권한대행을 스스로 사임하고 이 사표를 직접 수리하는 코미디 같은 일을 감내하면서까지 왜 자신이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가 돼야 하는지를 국민 앞에 먼저 설명해야 할 것이다.
[사설] 새누리당의 ‘황교안 띄우기’ 옳지 않다
입력 2017-01-31 1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