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주택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하는 가운데 매매시장뿐 아니라 임대시장도 지역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주택시장 상황뿐 아니라 주거 취약계층의 주택문제도 지역에 따라 양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더구나 같은 지역이더라도 실제 시장의 공간적 영역에 가까운 생활권, 즉 시·군·구 단위의 시장으로 나눠 보면 농어촌 지역과 도시 지역이 한 시도(市道) 안에 혼재되는 등 더욱 다양한 차이를 보인다.
정부가 지역맞춤형 정책을 지향하고는 있지만 다양한 지역별 차이를 일일이 반영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지역주민의 주거문제에 대해 중앙정부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지방정부는 소수를 제외하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다수 지방정부가 지역의 주택문제에 관심이 부족하고 또 효과적인 주택정책을 수립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주민 주거생활의 질적 향상이라는 공통적인 목표를 가지면서도 지방주택정책에 대한 의견의 차이를 보여 왔다. 즉,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재정지원 부족을,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정책능력 부족을 각각 탓해 왔다.
누가 옳은지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는 매우 중요하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주택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진하기 위해 주택법을 제정하고 주택종합계획수립을 법제화했으나 지방정부가 이를 형식적 요건을 충족하는 수준에서 그친 경우가 많았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관행과 더불어 대규모 주거단지 개발사업 등과 같은 중앙정부의 일방적 정책으로 지방정부의 정책 영역과 의지를 저하시키는 역작용도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물론 주거문제 해결에는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데 열악한 지방정부의 재정능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지만 근본적으로 지역의 주택문제는 지방정부가 관심을 갖고 능동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함이 마땅하다.
주택법이 주거기본법으로 발전적으로 개정되고 실행을 위한 재원 조달계획까지 요구하는 등 지방 주도의 주거종합계획을 수립·집행할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국제통상과 같은 국가적 사안은 효과적인 대외경쟁력 단위가 지방보다 국가이므로 중앙정부가 정책을 주도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주택문제와 같은 지역 특성에 기반한 문제는 지방정부가 주도적으로 정책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따라서 지방정부는 능동적으로 지역주택정책 수립을 위한 인프라 강화, 지역주택 전문가 양성과 활용, 지역 간 주택문제 경험 교류 등에 나설 때이다. 또 중앙정부도 전국적 주택문제에 관한 역할을 계속하되 지방주택정책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재원을 적절히 배분해 지방정부가 지역주택문제 해결을 주도할 여건을 마련해줘야 할 것이다.
주택문제는 돈만으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며 누구의 탓으로 돌릴 사항도 아니다. 특히 성장의 과실을 모든 계층이 소외됨 없이 받아야 한다는 포용성장이 부각되는 시대적 추세를 간과할 수도 없다. 주거취약계층 혹은 주거불안계층의 문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긴밀히 협력해도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다. 중앙정부의 정책적 관심을 받지 못하는 지방의 주택문제에 대해 지방정부마저 정책적 관심과 능력이 부족하면 누구에게 해결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지방화시대 20여년, 이제는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와 더불어 지역 내의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실천력이 담보된 청사진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할 때가 됐다.
김재익 계명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경제시평-김재익] 지방정부와 주택정책
입력 2017-01-31 1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