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논의 없이 직원들에게 일괄 사직을 요구하는 건 직권남용이다.”(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일부 직원)
“기장 총회가 솔선수범해 개혁과 변화를 수용하겠다는 결단으로 봐 달라.”(이재천 기장 총무)
‘교단 개혁이냐 직권 남용이냐.’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 본부가 조금 시끄럽습니다. 지난해 12월 초 이재천 총무는 총회본부에서 근무하는 목사와 전도사 등 일부 직원 11명에 대해 일괄사직을 요구했습니다. 교단 총회본부를 갱신하는 과정의 일환이라고 했습니다. 지난 9월 선출된 이 총무는 개혁과 변화를 기치로 내걸고 당선됐습니다.
이 같은 조치에 내부 직원들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3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는 직원들 입장에선 너무나 가혹한 처사였습니다. 직원들 가운데는 “총회 내부에 직원 채용이나 직무, 해임에 대해 명문화된 규정이 없다”면서 “총무가 직권을 남용해 부당해고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일부 언론이 이런 내용을 다루기도 했고, 일괄사직 요구 철회를 촉구하는 연서명도 돌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 총무가 자기 사람을 채용하려고 한다”는 루머까지 나돌았습니다.
이 사안을 두고 한 달 넘게 침묵하던 이 총무가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입을 열었습니다. “총무 개인의 욕심이 들어갔는지 여부는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 드러날 겁니다. 모든 문제는 총무가 책임질 일이니 넉넉한 마음으로 지켜봐 줬으면 좋겠습니다.” 이 총무는 “미래를 위해선 우리 교단도 변해야 한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는 마당에 이대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교계에서 기장 총회는 작지만 강한 ‘강소(强小) 교단’으로 불립니다. 다른 장로교단에 비해 교회나 목회자 수는 적지만 반독재·민주화·사회개혁 운동에 앞장서 왔습니다. 또한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과 약자들을 대변하는 든든한 창구이기도 합니다. 흔히 ‘기장성이 있네 없네’하는 말 속에는 기장 교단 특유의 공의와 정의, 사랑과 긍휼이 응축돼 있다고들 합니다.
교계 안팎은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입니다. ‘직원들을 보듬을 수 있을지’ ‘총회본부 스스로 변화의 첫걸음을 뗄 수 있을지’ ‘개혁의 총대를 멘 이 총무의 추진력이 어느 정도일지’…. 다양한 시선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이달 말 열리는 기장 총회 실행위원회에서 과연 어떤 개혁 로드맵이 선보일지 자못 궁금해집니다.
글=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삽화=이영은 기자
[미션 톡!] 총무의 교단 개혁이냐 직권 남용이냐
입력 2017-02-01 0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