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괜찮은 SF를 봤다. ‘컨택트’(2016). 이 제목은 잘못 붙여졌다. 지구인과 외계인의 첫 번째 만남, 그리고 양자 간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다룬 내용인 만큼 틀리진 않는다. 하지만 ‘컨택트’라는 제목으로 같은 서브 장르의 SF 소설과 영화가 존재한다. 저명한 과학자 칼 세이건의 동명 원작소설을 로버트 저메키스가 영화화한 ‘컨택트’(1997). 그 영화는 원제가 ‘컨택트’였고 국내 제목도 ‘컨택트’였다.
그럼 이번에 ‘컨택트’라는 국내 제목이 붙여진 영화의 원제는? ‘도착’이라는 뜻의 ‘Arrival’이다. ‘현존하는 최고의 SF 작가’로 칭송받는 미국의 젊은 작가 테드 창(40)의 중편 ‘네 인생의 이야기(Story of Your Life)’가 원작이다. 이 영화가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원작에 가장 크게 빚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SF소설의 노벨상이라는 네뷸러상을 수상한 원작소설은 그 기발한 구성과 놀라운 세계관 등 발상의 전환을 촉구하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넘친다. 그야말로 걸작이라 불려 마땅하다.
프랑스계 캐나다 감독 드니 빌뇌브가 연출한 영화는 한마디로 인문학적, 철학적 SF다. ‘스타워즈’나 ‘스타트랙’처럼 모험과 액션 위주의 ‘스페이스 오페라’와는 차원이 다르다. 인류와 외계인 간의 첫 접촉 및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인간과는 전혀 다른 외계인의 인식체계와 그에 따른 이질적 세계관 등을 다룬다. 그만큼 전통적인 활극 위주의 SF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낯설다. 그러나 새롭다. 그리고 매력적이다.
다만 영화는 원작소설에 없는 이야기를 이것저것 끼워 넣었다. 그래선지 완결성이 뛰어난 원작에 비해 다소 지리멸렬한 느낌을 준다. 그럼에도 ‘좋은 SF’ 소리를 충분히 들을 만하다. 한 예로 영화는 과학적인 사실 구축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예컨대 상상을 뛰어넘는 외계인의 문자 디자인에는 맥길대의 언어학 전문가 3명이 참여했으며 외계 구어(口語)는 음성학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만들어졌다. ‘좋은 SF’라면 이 정도는 돼야 하는 것 아닌가.
김상온(프리랜서 영화라이터)
[영화이야기] <107> 좋은 SF
입력 2017-01-31 1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