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목회 이야기] 마지막 말 한마디

입력 2017-01-31 20:38

예기치 못한 지인의 죽음은 많은 감정을 느끼게 합니다. 지난해 8월 교단 선교회에서 함께 사역하던 목사님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갑자기 의식을 잃고 곧 숨이 끊겼다고 들었습니다. 가깝게 지내던 분이었습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죽음이었습니다. 저를 포함해 그 목사님을 알고 있던 모두가 할 말을 잃었습니다.

시간이 좀 지나 마음을 추스르고 나니 잠시 잊고 있었던 한 가지 사실에 주목하게 됐습니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하나님이 정한 시간에 그분이 정한 방법에 따라 이 땅을 떠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누구도 자신의 마지막이 언제인지 알지 못합니다. 그러기에 언제나 이 땅을 떠날 준비를 하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돌아가신 목사님은 의식을 잃기 바로 전날 저녁 인터넷 전화로 저와 통화를 했습니다. 선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는 어떻게 하면 하나님을 믿지 않는 이들에게 복음을 효율적으로 전할지 고민했습니다. 힘들고 지쳐도 주님이 주신 사명을 기억하며 선교사역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그것이 저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었습니다. 목사님은 끝까지 예수님의 증인이 되고자 힘썼던 하나님의 일꾼으로 제게 남아있습니다.

가끔 이 땅을 떠나는 순간에 누구에게 어떤 말을 하고 갈 것인가를 생각해 봅니다.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누구에게 어떤 말 한마디를 마지막으로 할지 생각해 놓으셨습니까.

옛날 우리 조상들은 자녀들에게 주로 재산 분배에 관한 유언을 남기며 떠났다고 합니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우리는 이제 떠나야 할 때가 왔다. 나는 죽으러 가고 여러분은 살러간다. 누가 행복할 것인가. 그것은 오직 신만이 알 것이다”라며 독배(毒杯)를 마시고 죽었다고 합니다. 공산주의 이론을 만들어 낸 칼 마르크스는 죽음을 앞두고 그의 하녀가 “제게 마지막 말을 남겨 주시면 기록해 두겠다”고 하자 “시끄러워, 나가”라고 소리치며 죽었다고 합니다. 천하를 호령했던 나폴레옹은 “나는 불행하게 살았다”라고 중얼거리며 죽었고, 대만의 장제스 총통은 “영웅이란 용감하게 실패하는 자이다”라며 한을 남기면서 죽었답니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창문을 열어다오”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죽었습니다. 큰 업적을 이뤘다는 사람들이 죽기 직전 남긴 말이라기에는 초라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베들레헴의 말구유에서 탄생한 예수님께서는 뭐라고 하셨습니까.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마지막 순간에 “다 이루었다”고 자신 있게 말씀하시며 자신의 영혼을 하나님께 부탁하셨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말을 하며 마지막을 맞고 싶으십니까. 생을 마감할 때 하는 말 한 마디가 바로 그 사람이 이 땅에서 어떻게 살았는가를 보여 준다고 생각합니다.

원망하며 안타까워하는 말을 남기는 것보다 온화하고 따뜻한 사랑의 말, 혹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길을 따르고 싶은 마음을 갖도록 하는 말을 남겨두고 떠나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일상의 삶이 그렇게 따뜻하고 사랑이 가득해야 할 것입니다. 그 누구 앞에 내놓아도 부끄럼이 없는 삶을 사는 것이 죽음을 맞는 올바른 방법일 것입니다. 마지막 한마디의 말을 지금부터 잘 준비해야 하겠습니다.

이재헌 목사 <새과천교회>

약력=△합동신학대학원 △방글라데시 선교사 △예장합신 총회세계선교회 이사 겸 훈련원장 △예장합신 총회다종교문제연구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