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OK저축은행 “No∼” 디펜딩챔피언 몰락… 부상 속출에 용병농사 흉작

입력 2017-02-01 05:05

2013-2014 시즌 7번째 팀으로 V-리그 남자부에 합류한 OK저축은행. OK저축은행은 합류한 다음 시즌인 2014-2015 시즌부터 두 시즌 연속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며 신흥 강호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번 시즌엔 8연패의 수모를 당하며 바닥을 헤매고 있다. 도대체 OK저축은행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김세진(사진) 감독이 이끄는 OK저축은행은 31일 현재 4승22패(승점 13)로 꼴찌다. 2013-2014 시즌 6위를 차지한 OK저축은행은 2014-2015 시즌 외국인 선수로 로버트랜디 시몬 아티(30)를 데려왔다. 쿠바 남자 배구팀 주전 중앙속공수인 시몬을 앞세운 OK저축은행은 두 시즌 연속 챔피언 결정전에서 웃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엔 ‘종이 호랑이’로 전락했다.

올 시즌 OK저축은행의 부진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부상 선수들이 속출한 것이다. 송명근(무릎·레프트)과 강영준(팔꿈치·레프트), 박원빈(무릎·센터)은 지난 시즌을 마치자마자 수술대에 올랐다. 특히 지난 시즌 시몬과 함께 팀 공격을 이끌었던 송명근의 부상은 뼈아팠다.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송명근은 V-리그 개막전에 투입됐지만 점프에 문제가 드러나며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개막전 포함, 2경기에 출전한 송명근은 2라운드까지 휴식을 취했다. 박원빈은 기흉 재발로 한동안 코트에 나서지 못했다가 지난해 12월 29일 KB손해보험전에서 발목을 크게 다쳐 시즌 아웃 됐다.

OK저축은행은 ‘용병 농사’도 흉작이었다. 김 감독이 트라이아웃에서 7순위로 뽑은 외국인 선수 롤란도 세페다(쿠바)는 성폭행 사건에 연루돼 한국에 오지도 못했다. 김 감독은 부랴부랴 마르코 보이치(몬테네그로)를 대체 선수로 골랐다. 하지만 김 감독은 비 시즌 동안 오른쪽 공격수인 세페다에 맞춰 팀 전술을 구성했기에 마르코는 이질감을 느껴야 했다. 결국 마르코는 리그 8경기 만에 발목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OK저축은행은 이번엔 터키 리그에서 모하메드 알 하치대디(모로코)를 데려왔다. 모하메드는 지난해 12월 7일 데뷔전이었던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34득점을 올리며 좋은 활약을 펼쳤다. 문제는 파워였다. 높은 타점으로 약점을 보완하던 모하메드는 결국 한계를 드러냈다. 지난달 26일 우리카드전에서 고작 4득점에 그치는 최악의 부진을 보였다.

OK저축은행은 지난 두 시즌 동안 시몬을 활용한 빠른 공격으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 하지만 이번 시즌 빠른 공격은 사라졌고, 공격 루트는 단순해졌다. OK저축은행은 현재 속공(7위), 퀵오픈(6위) 등에선 하위권에 자리하고 있고 장점이었던 블로킹 부문에서는 최하위로 처졌다.

잇단 악재로 시즌 내내 한숨을 지은 OK저축은행은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김 감독은 일찌감치 다음 시즌을 준비할 계획이다. 그는 “전력 강화를 위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뒀다”며 “선수 영입부터 시스템까지 모두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