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때문에 차질이 빚어졌다고요? 모르는 사람들 소리입니다. 전혀 상관없습니다. 잘 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25일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이 열리는 강원도 평창 올림픽 플라자. 영하 7도의 살이 에이는 추위 속에 수십명의 인부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유리막 등 외장 공사와 관람석 설치가 진행 중이었다. 주변엔 수많은 건설 자재들이 쌓여 있었고, 트럭도 쉴새없이 드나들었다. 개·폐회식장은 ‘국정농단’의 주역 최순실씨가 자신의 회사인 더블루K 파트너사인 스위스의 누슬리를 공사에 참여시키려하면서 이권을 노린 곳이다.
하지만 현장 관계자들은 “그런 시도는 있었겠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무산됐고 변동된 것은 하나도 없다”고 전했다. 실제 올림픽 플라자는 대림산업이 토목 공사부터 경기장 스탠드 설치 등 모든 공정을 한꺼번에 맡는 ‘턴키’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그래도 의문스러웠다. 다른 경기장 공사에 비해 상당히 더딘 모습이었다. 최씨 농단 등으로 많이 지연된 게 아니냐고 물어봤다. 공사 관계자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다른 경기장은 테스트이벤트 때문에 1년 앞서 지어져야 하지만 올림픽 플라자는 다른 용도가 없기 때문에 개회식에 맞춰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시점에서 38%가량 진행되도록 예정돼 있는데 현재 38.9%로 오히려 조금 앞서고 있다”고 전했다. 개·폐회식장은 올 9월 완공된다고 했다.
다만 최씨 국정농단 여파로 사기가 움츠러든 건 사실이었다. 공사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익명을 요청했다. 가뜩이나 안 좋은 말들이 많은 상황에서 입조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현재 신설 경기장 공정률은 96.34%였다. 실제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사용되는 경기장은 대부분 다 지어진 모습이었다. 루지와 봅슬레이, 스켈레톤 종목이 열리는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는 지금도 경기를 할 수 있는 듯 보였다. 사무실 난방도 정상적으로 가동됐고 화장실 물도 잘 나왔다. 이곳의 공정률은 94.15%다.
크로스컨트리센터에선 제71회 내셔널 챔피언십 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우연찮게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크로스컨트리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주혜리(26)를 만났다. 대회장 상태를 물어보니 “올림픽을 치르기 좋다. 눈도 깨끗하고 코스도 괜찮은 편”이라며 “세계 유명 크로스컨트리 경기장과 비교하면 중상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주혜리는 “여기서 얼마 전부터 상주하며 훈련하고 있다”면서 “계속 훈련해왔기 때문에 나에게 유리한 점이 많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강릉으로 자리를 옮겼다. 강릉에는 피겨와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하키 경기장이 단지(클러스터)처럼 한 곳에 있었다. 이 곳도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이권에 개입한 의혹이 제기됐었다. 직접 현장을 찾아보니 기우였다. 피겨와 쇼트트랙 경기장인 강릉 아이스 아레나는 이미 100% 공사를 마쳐 지난해 12월 테스트이벤트까지 벌였다.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도 98.9%정도 진행돼 다음 달 개장할 예정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여러 이권개입 시도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모두 미수에 그쳤다”며 “평창동계올림픽에 최씨와 연관된 것은 단 한 개도 없기에 국민들은 안심해도 좋다”고 강조했다.
지역 주민들도 정상적으로 올림픽이 진행되기를 희망했다. 평창 주민 정왕교(60)씨는 “처음에 개최된다고 했을 때 기대가 정말 많았다. 밤낮없이 거리를 쓸기도 했다”면서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도로시설 확충 등을 위한 지원이 줄어들었고, 국정농단 사태까지 나면서 실망을 많이 했다”고 토로했다. 정씨는 “최씨 사건이 어느정도 진정된 만큼 올림픽이 잘 치러져 관광지가 개발되고 지역이 발전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강릉 올림픽 홍보관에서 만난 최단비(25·여)씨도 “관광객이 많이 오고, 경기장이 속속 들어서면 지역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다만 최씨 국정농단 여파로 올림픽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은 아쉽다고 했다. 최씨는 “이번 사태로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은 사실”이라며 “세계적인 대회가 이 곳에서 열린다. 지금보다 더 많은 홍보가 필요하다”고 국민들의 성원을 바랬다.
정부도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이 1년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대대적인 홍보 활동을 펼치며 올림픽 붐 조성에 열을 올릴 계획이다. 조직위와 문화체육관광부, 강원도는 ‘이제는 평창입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2월 한 달간 전국에서 문화 대향연을 펼친다. 대회 개막 ‘D-1년’인 9일에는 강원도 강릉 하키센터장에서 공식 기념행사를 연다. 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평창 및 차기 대회 조직위원회, 강원도 주요 관계자와 홍보대사, 체육계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공식 기념행사에서는 성화봉 공개 및 대회 입장권 판매 개시 기자회견, 세계인을 초대하는 영상 메시지와 각국 올림픽위원회(NOC) 대표에 대한 초청장 전달, 대회 1년 카운트다운 퍼포먼스 등이 열린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2018명의 국민 대합창도 펼쳐진다.
조직위 관계자는 “일본 삿포로처럼 올림픽이 끝나면 평창이 세계적인 겨울 관광지로 부상해 엄청난 관광 수요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평창동계올림픽은 우리나라의 자존심이 걸린 대회”라며 “올림픽을 통해 분열된 국민들의 마음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꼭 성공적으로 치러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평창·강릉=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그래픽=이석희 기자
[평창올림픽] 평창의 꿈이 펼쳐집니다
입력 2017-02-01 2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