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로저 페더러·타이거 우즈 두 황제의 엇갈린 명암

입력 2017-01-31 05:04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가 29일(한국시간) 호주 멜버른 로드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호주 오픈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라파엘 나달을 물리친 뒤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신화뉴시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2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토리파인스 골프클럽 북코스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파머스 인슈런스오픈 2라운드 13번홀에서 버디를 놓친 뒤 아쉬워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AP뉴시스
설날 연휴에 부상에서 나란히 복귀한 스포츠 ‘황제’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6·스위스)는 5년 만에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반면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1·미국)는 복귀전에서 컷탈락하는 망신을 당했다.

부상 딛고 화려하게 부활한 테니스 황제

호주 멜버른 로드레이버 아레나에서 29일(한국시간) 펼쳐진 호주 오픈 남자단식 결승전. 한 때 테니스계를 호령하던 페더러와 라파엘 나달(31·스페인)이 코트에 서 있었다. 2010년대 초반까지 세계 테니스는 페더러 천하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역대 메이저대회 최다 우승(17회)에 ‘최장 연속 세계 1위(237주)에 빛났다. 테니스 팬들은 그의 경이로운 실력에 기꺼이 황제 칭호를 달아줬다.

하지만 고질적인 무릎·허리 부상으로 시들해졌다. 지난해엔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프랑스오픈과 US오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모두 출전하지 못했다. 게다가 노박 조코비치와 엔디 머레이 등 젊은 강자들이 코트를 호령하며 30대 중반을 넘어선 페더러는 어느덧 과거의 인물이 되는 듯 했다. 지난해 세계랭킹도 16위로, 14년만에 세계 10권 밖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절치부심한 그는 새해 첫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에서 완벽하게 부활,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을 실감케했다. 세계랭킹 10위 토마스 베르디흐(31·체코)와 니시코리 게이(28·일본·5위), 스탄 바브린카(32·스위스·4위) 등 톱 랭커들을 연파하고 결승에 올랐다. 특히 페더러의 백핸드는 전성기 못지 않게 날카로워 예술에 가깝다는 찬사를 받았다.

결승에선 왕년의 라이벌 나달과 맞붙어 그야말로 세기의 대결을 벌였다. 5세트까지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페더러의 마지막 스트로크 판정도 애매해 비디오 판독까지 갔다. 무려 3시간 37분의 접전 끝에 승리가 확정된 후 페더러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몇 차례 은퇴 유혹을 받았지만) 그동안 많은 팬들 성원 덕분에 선수생활을 하고 있다. 내년에도 함께 기쁨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우승으로 페더러는 2012년 윔블던 우승 이후 5년만에 메이저대회 우승을 기록했다. 메이저대회 단식 우승트로피만 18번이나 들어 올렸다. 세계랭킹도 17위에서 10위로 뛰어 올랐다.

여전한 티샷 난조…고개 숙인 골프황제

반면 골프황제는 고개를 떨궜다. 우즈는 부상후 17개월 만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정규대회에 복귀했지만 여전한 퍼팅 불안과 티샷 난조가 부활의 발목을 잡았다. 우즈는 2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토리파인스 골프클럽 북코스(파72·6874야드)에서 열린 PGA 투어 파머스 인슈런스오픈 2라운드에서 보기 2개와 버디 2개로 이븐파 72타를 쳤다. 전날 4오버파 76타로 부진한 우즈는 중간합계 4오버파 148타로 컷탈락했다.

우즈는 1라운드 평균 291.5야드에 그쳤던 드라이브 비거리를 이날 307야드까지 끌어 올렸다. 문제는 티샷 정확도였다. 1라운드에서 우즈의 페어웨이 안착률은 30%에도 못 미쳤다. 또 여러 차례 버디 기회를 있었지만 퍼팅 난조로 무너졌다. 결국 컷 기준인 이븐파에 4타나 모자라며 중간에 짐을 쌌다.

우즈는 토리파인스 골프클럽에서 투어 통산 79승 가운데 8차례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약속의 땅’이었기에 야심차게 이 대회를 복귀전으로 선택했다. 지난해말 비공식 대회인 히어로 월드 챌린지에서 무더기 버디를 쏟아내 정상 컨디션을 되찾았다고 판단한 주최측도 큰 기대를 품고 우즈를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30·호주)와 3위 더스틴 존슨(33·미국)과 한 조로 묶었다. 하지만 무너졌다.

우즈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연습할 때와 달랐다. 나머지 라운드를 할 기회가 없어서 실망스럽다. 다음 대회를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칼럼니스트 봅 해리그는 “지난해 12월 히어로월드챌린지 때보다 드라이버샷이 더 나빠졌다”고 언급했다. 다만 골프계에서는 우즈가 계속 경험을 쌓으면 전성기 실력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도 없지 않다.

우즈는 2월 2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는 유러피언 투어 오메가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에 출전한다. 이 대회에서는 스페인의 신예 존 람이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