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금’(2004·MBC) 신화의 주인공, 배우 이영애(46)가 돌아왔다. 무려 13년 만이다. 결혼 후 가정에 충실하느라 브라운관과 거리를 뒀던 그의 마음을 다시 뒤흔든 작품은 SBS 새 수목극 ‘사임당, 빛의 일기’(이하 ‘사임당’)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드라마는 율곡 이이의 어머니로 잘 알려진 조선 중기 예술가 신사임당(1504∼1551)의 생애를 재조명했다. 그동안 전형적으로 소비되던 ‘현모양처의 표본’은 아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능동적으로 선택하고 적극적으로 개척해나가는 예술가로서의 면모를 강조한다. 더불어 시대불문 ‘워킹맘’ 여성이 겪어야 하는 비애를 다룬다.
퓨전 사극을 표방한 ‘사임당’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독특한 구조다. 한국미술사 시간강사 서지윤(이영애)이 어느날 신사임당(이영애)이 기록한 ‘수진방 일기’와 그의 첫사랑 이겸(송승헌)이 그린 미인도를 발견하면서 과거를 마주하게 된다는 설정이다. 이영애가 1인2역을 소화한다.
이영애는 앞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무엇보다 ‘재미’가 있어서 이 작품을 선택했다. 1인2역이 부담스러울 수 있었지만 배우로서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시대를 넘나드는 다양한 색깔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드라마는 5만원권 안에 박제된 사임당의 이미지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점이 신선하다”면서 “500년 전 사임당도 여자로서, 엄마로서의 고민은 똑같았다는 걸 느꼈다. 조신하고 단아한 모습만이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불같고 열정적인 에너지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대장금’과 어떤 차별성을 뒀느냐는 질문에 그는 “두 작품의 색깔이 겹칠 거라는 생각도 들지만 ‘사임당’을 통해 ‘대장금’을 다시 (추억해)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연기 폭은 미혼일 때보다 좀 더 깊고 넓어진 것 같다. 연기가 더 재미있어졌다는 생각으로 촬영에 임했다”고 덧붙였다.
설 연휴 직전인 지난 26일 1·2회 연속 방송된 ‘사임당’은 기대만큼 순조롭게 출발했다. 전지현·이민호가 주연한 전작 ‘푸른 바다의 전설’의 바통을 이어받아 1회 15.6%, 2회 16.3%(이상 닐슨코리아·전국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200억원을 투입해 100% 사전제작된 만큼 완성도 높은 화면과 속도감 있는 전개를 보여줬다. 이탈리아 로케이션으로 담아낸 이국적 풍광이 판타지적인 느낌을 더했다.
특히 이영애의 눈부신 미모를 두고는 이견 없는 찬사가 쏟아졌다. 다만 연기력 면에서는 다소 평가가 갈렸다. 몇몇 부분 감정 처리나 대사 소화력 면에서 10년 공백이 느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30부작 중 공개된 건 고작 2회분. 이야기의 주축이 될 사극 파트는 아직 본격적인 시작조차 안됐다는 점에서 기대를 거두기엔 이르다.
이영애는 ‘사임당’ 이후에도 꾸준히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그는 “엄마이자 아내로서의 역할도 있겠지만 (대중에게) 좋은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영화나 드라마를 계속하고 싶다. 다양한 장르의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은 게 욕심이자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사임당, 빛의 일기’ 워킹맘 이영애의 귀환
입력 2017-02-01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