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사라지고 일상은 무너졌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이 발동되면서 시리아 이란 소말리아 등 중동·아프리카 7개국 시민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쏟아지고 있다고 CNN방송이 30일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미국 정착 계획을 가지고 뉴욕행 항공기에 탑승하려던 이라크 출신 푸아드 샤레프 가족은 28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탑승을 거부당했다. 샤레프는 “집과 차를 처분하고 직장도 그만둔 채 특별이민비자를 받아 테네시주 내슈빌에 정착하려 했다”며 “트럼프가 가족의 삶을 망가뜨렸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학업과 생계를 위해 미국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삶이 뒤바뀌었다. 수단 출신으로 미국프로농구(NBA) 밀워키 벅스팀에서 뛰는 손 메이커는 행정명령이 발효되기 직전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입국한 반면 이란 출신 과학자 사미라 아스가리는 하버드대 방문을 위해 미국행을 계획했다가 공항에서 탑승을 거부당했다.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병원에서 일하는 수단 출신 수하 아부샤마는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입국금지 조치를 당하고 출발국인 사우디아라비아로 돌아가야만 했다. 아버지 장례식 참석을 위해 이란으로 돌아갔던 유학생은 복귀하지 못해 학업이 무산될 위기다. 그린카드(미국 영주권)를 소유한 이란인 부부가 어린 두 딸을 이웃에게 맡기고 장례식 참석차 본국에 왔다가 돌아가지 못했다는 사연도 SNS에 올라왔다.
미국 영주권자인 한 이란 여성은 “어머니를 만나러 테헤란에 왔다가 워싱턴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교통안전국(TSA) 요원에게 저지당했다”며 “집과 재산, 직업이 모두 미국에 있다. 떠날 땐 아무 얘기 하지 않다가 무슨 일이냐”고 분노했다. 유학생인 예멘 출신 유시프 알 아크와는 “가족과 영영 만나지 못하게 될까 걱정된다”고 눈물을 터뜨렸다.
영화 ‘세일즈맨’으로 다음달 26일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른 이란 출신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은 “(행정명령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부당한 상황이 이란인과 다른 6개국 국민에게 강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예외적으로 입국할 수 있게 되더라도 시상식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확고히 했다. 영국 육상선수 모 패러는 소말리아 이중국적자란 이유로 6년째 살던 미 오리건주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가 영국 외무부의 이중국적자 행정명령 면제 합의로 간신히 미국 땅을 밟을 수 있게 됐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미국에 어린 딸 두고 왔는데”… 쏟아지는 안타까운 사연
입력 2017-01-30 1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