潘 ‘제3지대 빅텐트론’ 난항… ‘스몰텐트’ 부상

입력 2017-01-30 17:37 수정 2017-01-31 00:27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이른바 제3지대 빅텐트론이 난항을 겪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설 연휴 기간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와 잇달아 회동했다. 반 전 총장은 이들과의 회동에서 연대를 강조했지만 참석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반면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 손학규 전 대표, 정운찬 전 총리 간 ‘비문(비문재인) 연대’는 속도를 내고 있다.

반 전 총장은 30일 박지원 대표와 서울시내에서 1시간가량 회동했다. 제3지대 정치세력 규합을 위한 의사타진 성격이 짙었다. 하지만 박 대표는 회동에서 반 전 총장의 보수 성향을 이유로 “함께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대표는 “귀국 후 반 전 총장의 일련의 언행에 대해 우리가 납득할 수 없다”며 “반 전 총장이 국민의당 입당을 원하더라도 지금은 받을 수 없다는 말씀을 분명히 드렸다”고 했다. 다만 박 대표는 “우리의 최대 목표는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정권을 청산하고 개혁정부가 들어서야 한다는 것을 설명했고 반 전 총장도 동감했다”고 전했다.

반 전 총장은 29일에는 김무성 의원과 만났다. 김 의원은 반 전 총장의 바른정당 입당을 계속 강조했다고 한다. 반 전 총장과 김 의원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선하기 위한 분권형 개헌 추진에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손학규 전 대표 등도 반 전 총장과의 연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손 전 대표는 지난 27일 반 전 총장과 만난 후 “반 전 총장이 수구 세력과 같이 간다면 나는 같이할 수 없다고 분명히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반 전 총장은 손 전 대표에게 “진보와 보수 세력이 다 같이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 전 총장의 귀국 후 지지율이 소폭 하락한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반 전 총장 캠프에선 우선 바른정당, 새누리당 2차 탈당파와 손을 잡는 ‘스몰텐트’를 친 뒤 야권의 비문 세력과 연대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이 과정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역할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반 전 총장은 바른정당 소속인 오 전 시장에게 캠프 발족 시 선거 전략을 책임지는 선대위원장을 맡아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권영세 전 주중대사도 최근 캠프에 합류했다. 반 전 총장 측은 “오 전 시장과 권 전 대사 모두 아직 구체적인 역할이 정해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정운찬 전 총리, 손학규 전 대표 간 연대는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직후 이들의 연대가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 안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는 30일 회동을 갖고 결선투표제 도입과 공정성장 및 동반성장 정책 등에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박지원 대표와 손 전 대표도 지난 26일 만나 개헌을 매개로 한 연대에 뜻을 모았다. 박 대표는 “(손 전 대표, 정 전 총리와의) 연대는 거의 확정적”이라며 “박 대통령 탄핵안이 헌재에서 인용되는 순간부터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