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파라디오로 북한에 복음전하는 TWR코리아… 北 전역에 설교·신학강좌 매일 90분 송출

입력 2017-02-01 00:03
북방선교방송 TWR코리아 대표인 성훈경 목사(오른쪽)와 직원들이 최근 서울 관악구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TWR코리아 제공
TWR코리아가 다양한 루트로 북한에 전달하는 단파라디오.
“북한 성도들에게는 단파 라디오가 교회이면서 성경 교사인 셈이지요.”

대북선교단체인 북방선교방송 TWR(Trans World Radio)코리아 대표 성훈경(50) 목사는 작은 라디오를 들어보였다. 북한의 성도들이 설교를 듣고 성경공부도 한다는 단파 라디오다. 불과 30년 전만해도 남파간첩들이 지령을 하달받는 통신수단쯤으로 여겨졌던 단파라디오가 복음을 전파하는 도구로 ‘개과천선’한 셈이다.

지난 23일 오전 서울 관악구 봉천로에 있는 TWR코리아 사무실. 성 목사는 미리 준비한 단파라디오 몇 개를 테이블에 올려놨다. 손바닥 반만 한 것부터 작은 책자 정도까지 크기와 종류는 다양했다. 지금까지 북한에만 수만 대가 전달된 단파라디오 세트의 특징 몇 가지를 성 목사가 설명했다.

“반드시 이어폰과 줄 안테나(4m 정도)가 포함돼 있어야 해요. 주파수를 맞추는 방식은 버튼식이 아닌 기계식이어야 하고, 수명이 긴 국내산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방수 지퍼 가방도 2개 넣어줘야 하고요.” 북한 당국의 감시와 외부노출을 최대한 피하면서 수신 감도를 높이고, 라디오 수명을 늘리기 위한 방책이다.

TWR코리아는 매일 오후 10시45분부터 0시15분까지 90분씩 주파수 SW 7510㎑로 녹음 방송을 내보낸다. 서울 스튜디오에서 쏘아올린 전파는 태평양 괌에 있는 TWR 송출소로 보내진다. 그곳에서 다시 북한으로 전파를 쏘면 청취자들이 단파 라디오를 이용해 방송을 들을 수 있다. 전리층을 이용한 단파 방송의 경우, 가청 범위는 북한 전역에 이른다.

TWR코리아의 방송 프로그램은 5∼6개 정도다. 쉽게 풀어서 설명한 신학강좌와 초신자들을 위한 전(前) 전도 강좌 등인데, 다양한 경로로 청취자들의 반응을 접하면서 교재를 보완하거나 개발한다고 성 목사는 설명했다.

“2015년 11월부터 내보내는 ‘시험관 속의 진리’라는 프로그램은 기독교 지식이 전무한 이들을 위한 내용으로 구성됐고요. 기초성경공부의 경우, 행간에 숨어있는 내용까지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했습니다.”

초교파 선교단체인 TWR코리아는 1995년 9월 문을 열었다. 본사격인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TWR이 1954년 설립된 지 41년 만에 북한지역에 라디오로 복음을 전하게 된 것이다. TWR코리아 사역자들 대부분은 재능 기부를 통한 자원봉사자로 채워졌다. 신학교수와 성우 등으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만 60∼70명에 달한다. 상근 직원은 파트타임 근무자까지 포함해 9명 정도다.

3.3㎡(1평) 남짓한 녹음 스튜디오에서 모든 녹음이 이뤄지는데, 이 작업에도 몇 가지 원칙이 있다. 특정교단 교리를 주장해서도, 영어를 사용해서도 안 된다. 청취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천천히, 반복해서 설명하는 것도 특징이다.

TWR코리아는 국내 대표적인 라디오 선교방송인 극동방송과도 구별된다. 극동방송은 새 신자에 초점을 두고 중파를 이용해 24시간 방송한다. 반면 TWR코리아는 북한내 기존 성도들의 양육·훈련에 심혈을 기울이는 편이다.

성 목사는 “다양한 변화가 진행 중인 북한 내부에서 수많은 정보들이 유입되기 전에 복음이 먼저 전해지는 건 더없이 중요한 사역”이라며 교계의 관심을 요청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