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에 IT 기업들이 반기를 들고 나섰다.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각사 CEO들은 회사와 나라에 도움이 되지 않는 조치라며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대선 당시 트럼프와 각을 세웠던 IT 기업들이 지난해 12월 ‘테크 서밋’ 이후 협력하는 모습을 보인 지 한 달여 만이다. 이민자 문제는 워낙 민감해 실리콘밸리와 트럼프가 다시 앙숙 관계로 멀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우려를 나타낸 CEO 중에는 이민자 출신이 많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와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인도 출신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이민자 가정의 증손자이고 아내 프리실라의 부모는 중국과 베트남 난민 출신이다.
30일 USA투데이 등 외신에 따르면 구글은 400만 달러(약 46억원) 규모의 난민 구호기금을 조성했다. 이는 구글 차원에서 진행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캠페인이다. 기금은 미국시민자유연맹(ACLU)과 이민자 법률 지원센터(ILRC), 국제구조위원회(IRC), 유엔난민기구(UNHCR) 등 4개의 국제 구호기구에 전달된다. 구글은 또 해외에 있는 무슬림 7개국 직원에게 ‘귀국령’을 내렸다.
피차이는 27일(현지시간)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현재 외국에 있는 직원은 즉시 귀국하라고 전했다. 그는 트럼프의 행정명령이 미국으로 입국해야 하는 187명의 구글 직원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그는 “구글 직원과 가족들에게 제한을 가하고 미국에 재능을 불어넣는데 장애가 되는 행정명령에 화가 난다”고 강조했다.
저커버그는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우려한다’는 글을 남겼다. 그는 “우리는 이 나라를 안전하게 지켜야 하지만 실제로 위협을 가하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난민들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문을 열어야 한다”고 했다. 나델라는 인터뷰에서 “이민자이자 CEO로서 이민이 회사와 국가, 그리고 세계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을 경험하고 보았다”며 이민자를 옹호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 행정명령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직원이 76명이라고 덧붙였다.
팀 쿡 애플 CEO도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며 행정명령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우려했다. 그는 이메일에서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우리가 지지하는 정책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테슬라와 아마존, 우버, 넷플릭스 등도 가세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이번 정책의 부정적 영향을 받는 많은 사람이 미국의 강력한 지지자들”이라며 “무슬림이 다수인 특정 국가들의 시민을 전면적으로 입국 거부하는 것은 최상의 방법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아마존은 무슬림 7개국 출신 직원들에게 여행을 자제하라고 이메일을 보냈다. 트래비스 칼라닉 우버 CEO는 다음 달 3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재계자문단체회의에서 이번 행정명령에 대한 우려를 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는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전 세계 넷플릭스 직원들에게 상처를 주며 우리 모두를 괴롭히고 있다”면서 “이는 미국을 더 안전하게 하는 게 아니라 덜 안전하게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글=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트럼프 反이민에 반기”… 성난 美 IT 거물들
입력 2017-01-30 17:43 수정 2017-01-30 2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