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선은 예측불가 상태다. 복잡한 변수들이 혼재돼 있고, 대선이 언제 시작될지조차 불투명하다.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대선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유례없는 ‘야풍(野風)’을 불러왔고, 야권 정치인들을 대거 대선 무대로 불러올렸다. 그렇다고 ‘보수의 꿈’이 저물었다고 예단하기도 어렵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는 전통적 지역구도 대신 복잡다단한 대선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올해 설 연휴는 이런 민심이 지역·세대를 뛰어넘어 표출되는 시기였다. 국민일보는 30일 호남·충청·대구경북(TK)·부산경남(PK) 국·사립대학 교수 9인에게 설 민심을 가늠해볼 네 가지 질문을 던졌다. ①호남의 ‘문재인 대세론’은 사실일까 ②TK는 보수에 등을 돌렸을까 ③충청의 선택은 반기문일까 ④PK의 민주당 지지는 어느 정도일까. 각 질문의 답은 모두 ‘현재로선 오리무중’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TK는 최순실 사태 충격 속에 조심스럽게 보수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었다. 경북대 채장수 교수는 “최순실 사태는 보수냐 진보냐가 아니라 상식적인 측면의 문제”라며 “이념적 잣대로 접근하면 현실을 놓칠 수 있다. TK는 여전히 보수라는 이념에서는 변동이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경북대 하세헌 교수는 TK 민심은 새누리당·바른정당 통합 등 ‘포스트 박근혜’ 체제를 위한 보수 진영 결집에 대한 기대도 크다고 전했다.
호남에선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의 잔재가 여전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전남대 윤성석 교수는 “젊은층 중심으로 ‘문재인 대세론’ 편승 현상이 있지만 아직까지는 밴드왜건효과(선두에게 지지가 쏠리는 현상)”라며 “지금 호남은 과거 진보정치의 성지 역할에 대한 회의감이 반문(반문재인)·반노(반노무현) 정서의 기반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 전 대표의 대항마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민심이 요동칠 것”이라고 부연했다. 같은 대학 조정관 교수는 “정말 우리가 문 전 대표를 찍어야 하느냐는 걱정,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누구와 팀을 이룰 것이냐는 담론이 호남 40, 50대에게 가장 많이 나온다”고 전했다.
반 전 총장이 충청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은 것도 아니다. 충북대 정태일 교수는 “반 전 총장은 색깔이 모호하고 메시지도 좀 구태의연하다”면서 “정체성 혼재 현상이 심해지면서 지지세를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같은 대학 안성호 교수도 “최순실 사태 이후 오히려 반 전 총장 지지도가 떨어졌다. 대통령을 맡길 만한 믿음을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 총선 야권이 선전했던 PK 민심도 혼전이다. 경남대 김용복 교수는 “정권교체냐 보수정권 연장이냐는 의견이 반반”이라며 “다만 박근혜·최순실 연관 세력이 대선에서 역할을 하려할 경우 오히려 청산 대상으로 지목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부산대 김용철 교수는 “PK는 정부 수립 이후 여당의 지지 기반이 확고한 곳”이라며 “최순실 사태가 바로 정권교체 의지로 연결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강준구 김경택 최승욱 기자 eyes@kmib.co.kr
[기획] 대세론 이르다… 물밑서 관망 중
입력 2017-01-30 17:24 수정 2017-01-31 1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