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취임 후 첫 통화에서 “미국은 언제나 100% 한국과 함께하겠다”며 “한·미 관계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좋을 것(better than ever)”이라고 말했다.
황 권한대행은 “북한은 핵·미사일 능력을 계속 고도화하면서 위협을 높여가고 있다”며 “한·미가 긴밀히 공조하고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의 셈법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고 총리실은 밝혔다. 황 권한대행은 또 “북한이 도발을 감행한다면 한·미가 공조해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북한 문제에서도 100% 한국과 함께하겠다”고 답했다.
두 사람의 통화는 오전 8시58분부터 30여분간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00% 한국과 함께하겠다’는 말을 수차례 하며 양국 관계 발전을 강조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직후인 지난해 11월 박근혜 대통령과 통화하면서도 “(박 대통령 말에) 100% 동의한다”고 말한 바 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민감한 현안은 거론되지 않았다. 총리실 관계자는 “매우 차분하고 정리된 분위기에서 진지한 대화가 이뤄졌다. 전반적으로 상당히 우호적인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백악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은 확장억제 제공 등 모든 군사적 능력을 동원해 한국을 지키겠다는 굳건한 약속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황 권한대행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한반도 배치와 관련,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과 현재 진행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적극 공감한다”면서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의 방한을 비롯해 양국 당국이 긴밀히 협력해 나가자”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북한 문제가 신행정부의 최우선 과제임을 재확인했다. 취임 직후부터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라는 구호 아래 극단적 행보를 이어가면서도 한·미동맹은 경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미국은 대통령 취임 후 주요국 정상과 통화하는 관행이 있다. 이런 차원에서 우리 측에 통화 요청이 왔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8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를 갖고 북한 핵 위협에 따른 한반도 긴급 사태가 발생할 경우 양국이 협력한다는 데 합의했다. 아시아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정상은 인도와 일본에 이어 황 권한대행이 세 번째다.
황 권한대행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 이후 한·미 간 고위급 접촉이 잇달아 열릴 예정이다. 의회 인준을 받은 매티스 장관은 다음달 2일 한국을 방문해 3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국방장관회담을 한다. 다음달 중순에는 G20 외교장관회의 등을 계기로 양국 외교장관회담도 열릴 전망이다.
다만 한·미 정상이 직접 만나는 것은 탄핵 정국이 일단락된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황 권한대행은 통화를 마치며 “트럼프 대통령이 가급적 이른 시일 내 한국을 방문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조만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화답했지만 특별히 의미를 둘 발언은 아니다. 정부 관계자는 “탄핵 정국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정상회담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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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은 언제나 100% 한국과 함께할 것”
입력 2017-01-30 17:34 수정 2017-01-31 0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