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 개헌 목소리 높은데… 지방의회 의원 자질은 눈높이 이하

입력 2017-01-30 17:48
최근 정치권의 개헌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지방자치단체나 지방의회에 권한과 재정을 대폭 이양하는 ‘지방분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지자체를 감시해야 할 의결기관인 지방의회 일부 의원들의 의식수준은 주민 눈높이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성 부족은 물론이고 일부 지방의원들이 우월적인 권한을 남용해 이권에 개입하는 등 ‘갑질 횡포’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분권을 위해서는 지자체 공무원과 지방의회 의원들의 자강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30일 충북 충주경찰서에 따르면 충주시의회 이모(58) 의원이 특정업체에 관급공사의 일감을 몰아준 뒤 금품을 챙긴 혐의(알선뇌물수수)로 구속됐다. 이 의원은 2010년 10월부터 2015년까지 특정업체에 배수로 공사 등 관급공사 수의계약이 이뤄지도록 외압을 행사한 뒤 업체에서 8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대구지법 제5형사단독 최은정 부장판사는 최근 직권남용과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모(63) 전 시의원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김씨가 부당 취득한 대구 서구 상리동 토지에 대한 몰수도 명령했다. 김 전 의원은 2015년 9월 동료의원의 부탁을 받고 도시계획도로가 개설되도록 시에 압력을 넣은 혐의를 받았다.

지방의회 의장 선거 과정에서 금품이 오고가기도 한다. 충북지방경찰청은 충북도의원 3명을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불구속 입건하고 내달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들 의원은 지난해 4월 “내가 의장에 당선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부탁과 함께 5만원권 100장이 든 봉투를 같은 당 소속 의원에게 전달하는 등 1000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전남 고흥군의회 김의규 의장은 2014년 전반기 고흥군의회 의장단 선거를 앞두고 동료 의원 2명에게 각각 500만원을 전달하거나 전달하려 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달 1심에서 징역 10월에 추징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여수시의회 박정채 의장은 후반기 의장선거를 앞둔 지난해 6월 동료의원에게 현금 300만원을 건네려 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완도군의회 박종연 의장과 서을윤 부의장도 후반기 의장단 선거 이전에 표 확보를 위해 지난해 1월 일부 의원들에게 상품권을 건넨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순천시의회는 지난해 10월 의원 6명이 업무추진비로 사용하는 신용카드를 동료의원들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허위로 대금을 결제한 뒤 현금으로 돌려받는 ‘카드깡’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 같은 지방의원들의 비리로 지방의회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이선영(44) 충북참여연대 사무처장은 “1991년 출범한 지방의회는 여전히 주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불합리한 정당공천제와 검증 절차가 부족해 지방의회 무용론도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주·대구·순천=홍성헌·최일영·김영균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