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은행권, 예대마진 수익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입력 2017-01-30 17:43 수정 2017-01-30 20:55
주요 은행의 지난해 순이익 규모가 7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 분석업체 에프앤가이드는 30일 신한 KB 하나 등 3대 금융지주사와 우리은행의 순이익(연결 기준) 전망치가 7조3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추산했다. 농협과 지방은행을 포함하면 순익은 10조원을 넘을 것이라고 한다. 글로벌 금융 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9년 만이다. 단순 결과론에 근거할 때 은행이 장사를 잘해서 큰 이익을 내면 칭찬할 일이다. 나아가 금융사가 견실해지면 결과적으로 기업이나 개인에게 건전한 금융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하다.

하지만 실상을 따져보면 마음이 영 편치 않다. 하나금융지주의 순이익은 1조3451억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48%나 증가했다. 신한지주와 KB금융지주는 2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추산됐다. 은행권의 이런 이익의 상당 부분은 기준금리 인하와 상대적으로 손실 부담이 적은 주택담보대출에 주력한 측면이 크다. 즉 투자수익이 아닌 이자수익에 치중한 결과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6월 연 1.25%로 0.25% 포인트 내린 이후 7개월째 그대로인데 대출 금리는 계속 오르고 있다. 현재 가계대출 금리는 2015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연 3.29%를 기록하고 있고, 특히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근 6개월 동안 은행에 따라 최저 0.4∼0.8% 포인트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말 가계대출 잔액은 500조원을 넘었다. 반면 예금금리는 계속 내리고 있다. 결국 이익의 상당 부분이 고객 호주머니를 턴 대가라고 할 수 있다.

압축성장 과정에서 은행은 산업자금 공급자로서 희생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고객 부담이 늘면 돈을 벌고, 그 반대면 수익이 줄어드는 제로섬 수익 구조에 의존해선 금융 선진화를 이루기 힘들다. 이제 은행들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새로운 금융기법을 개발하는 등 투자은행으로 변신해야 한다. 언제까지 금융 후진국 소리를 들을 순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