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도 다시 한 번? 反文정서에 큰 변화는 없었다

입력 2017-01-30 18:21 수정 2017-01-30 20:37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설 연휴기간인 29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각각 진보·보수의 요충지인 호남과 대구·경북(TK)은 마음 줄 곳을 잃은 채 관망 중이다. 호남은 1차적으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을 두고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인물로도 ‘미워도 다시 한 번’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인지, 아니면 다른 인사인지를 저울질해야 한다. TK는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큰 상처를 받았지만 보수 정치에 대한 신념마저 버리진 않았다. 지역 출신 대선 주자가 둘이나 있는 충청, 한국판 ‘러스트 벨트’로 꼽히는 부산·경남(PK)의 선택도 대선 판을 뒤흔들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최근 대선 승리의 최종 관문인 호남에 공을 들이는 중이다. 그러나 호남 민심은 이번 설에도 문 전 대표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는 진단이 나온다. '미워도 다시 한 번' 바람은 아직 미풍 수준으로 보인다. 오히려 차기 대선보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정 여부가 더 큰 관심사였다.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윤성석 조정관 교수는 30일 "설 명절이 지났음에도 호남에서 '문재인 대세론'이나 '반문(반문재인) 정서'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고 전했다. 윤 교수는 "호남에서 문 전 대표에게 '미워도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자는 분위기는 아직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중장년층에겐 여전히 뿌리 깊은 반문 정서가 남아 있다"며 "특히 대선 국면이 다가오면서 친노(친노무현) 진영 결집에 따른 반작용으로 반문 정서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느낌도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이번 설 밥상의 화제는 민주당 대선 후보가 아니라 박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날 것인지 여부였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도 "반문 정서의 핵심은 40대 이상 중장년층인데, 이번 설 연휴에도 이 연령대의 심경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 같다"며 "탄핵심판 이후에도 문 전 대표 외에 대안이 없다면 호남 중장년층이 문 전 대표에게 돌아설 수 있겠지만 아직 그 때가 오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현재 문 전 대표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나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율은 아직 낮은 상황이다. 결국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을 다시 밀어줘야 하느냐 마느냐'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단계라는 게 조 교수가 진단한 호남의 설 민심이었다.

이른바 '오피니언 리더'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두 교수의 평가가 엇갈렸다. 윤 교수는 "식자층일수록 문 전 대표가 대통령이 돼선 안 된다는 사람이 더 많다"고 주장했다. 이어 "호남 여론을 주도하는 계층일수록 문 전 대표의 대항마가 누가 될 것인지에 더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반면 조 교수는 "과거에는 문 전 대표 지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기 어려운 분위기였는데 지난 22일 광주포럼 출범식에는 호남 주요 정치인들이 앞 다퉈 이름을 올렸다"며 "오피니언 리더 가운데 10∼20%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당당하게 문 전 대표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조 교수는 "문 전 대표가 전국적인 대세론과 '광주포럼' 출범식 등으로 세몰이 효과를 본 것은 사실이지만 호남 민심의 본질적 변화를 이끌어내기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평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