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은 반기문일까… 적극적 지지층 예상보다 엷어

입력 2017-01-31 05:53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설 연휴 첫날인 지난 27일 서울 동작소방서를 방문해 소방관의 지도에 따라 심폐소생술 동작을 배우고 있다. 뉴시스
각각 진보·보수의 요충지인 호남과 대구·경북(TK)은 마음 줄 곳을 잃은 채 관망 중이다. 호남은 1차적으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을 두고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인물로도 ‘미워도 다시 한 번’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인지, 아니면 다른 인사인지를 저울질해야 한다. TK는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큰 상처를 받았지만 보수 정치에 대한 신념마저 버리진 않았다. 지역 출신 대선 주자가 둘이나 있는 충청, 한국판 ‘러스트 벨트’로 꼽히는 부산·경남(PK)의 선택도 대선 판을 뒤흔들 것이다.

충청권 민심은 여전히 충북 음성 출신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호의적이지만 ‘올인’ 분위기는 아니다. 이 지역 교수들은 막판까지 본심을 드러내지 않고 신중하게 후보를 선택하는 지역 특유의 정서가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직 반 전 총장이 차기 리더로서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한 데다 향후 정치적 행보도 모호한 점이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시각도 있다.

충북대 정치외교학과 안성호 교수는 30일 “우리 지역이라는 이유로 반 전 총장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내는 것 같지는 않다”며 “충청권 민심은 영·호남처럼 특정인이나 특정 정당을 80% 이상 수준으로 밀어주는 성향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 2016년 4·13총선 결과 충북 지역 8개 선거구에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각각 5곳, 3곳을 가져갔다. 한쪽으로 표를 몰아주지 않는 성향은 충청권에 자리 잡은 호남 지역 출신이 적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 충청권 표심은 선거에 임박해서도 잘 드러나지 않는 만큼 현재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표심은 3분의 1 이상 감춰져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충남대 정치외교학과 신진 교수는 “충청도에서도 보수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현재 반 전 총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로선 충청권이 반 전 총장의 압도적 지지 기반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이 모호한 정치 행보로 외연 확대에 나서려다 되레 집토끼를 잃었다는 평가도 있다. 충북대 정치외교학과 정태일 교수는 “충북 지역은 반 전 총장에 대한 적극적 지지세가 예상보다 엷게 나타난다”며 “지난해 5월 충청도가 아니라 경북 안동 하회마을을 찾는 등 영남권 보수 진영의 후보라는 이미지가 부각된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이 외무공무원으로 지내왔기 때문에 지역 민심에 어필할 만한 기회가 부족했다는 분석도 있다.

정 교수는 반 전 총장이 복잡한 정치 논리가 담긴 개헌론을 꺼낸 점도 지역 정서를 극적으로 변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반 전 총장의 ‘진보적 보수’ 같은 모호한 말뿐 아니라 무소속 신분도 지지 기반 확보를 방해하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반 전 총장의 귀국 후 현장 행보가 구설에 오른 점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안 교수는 “반 전 총장이 확실한 믿음을 줘야 하는데 그런 점이 부족했다”며 “여러 의혹에 대해 선제적으로 강력히 대응하고 메시지 전달도 카리스마 있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