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박근혜’ 찾는 중… 콘크리트 지지층 균열은 분명

입력 2017-01-30 18:23

각각 진보·보수의 요충지인 호남과 대구·경북(TK)은 마음 줄 곳을 잃은 채 관망 중이다. 호남은 1차적으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을 두고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인물로도 ‘미워도 다시 한 번’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인지, 아니면 다른 인사인지를 저울질해야 한다. TK는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큰 상처를 받았지만 보수 정치에 대한 신념마저 버리진 않았다. 지역 출신 대선 주자가 둘이나 있는 충청, 한국판 ‘러스트 벨트’로 꼽히는 부산·경남(PK)의 선택도 대선 판을 뒤흔들 것이다.

대구·경북(TK)은 보수의 아성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며 각종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TK 민심도 박근혜 대통령을 떠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K가 보수 정치세력에 완전히 등을 돌리지 않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설 연휴 이후 보수 적통을 이을 ‘포스트 박근혜’ 찾기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채장수 교수는 30일 “TK 민심이 새누리당과 보수세력에 실망감을 보이고 있지만 진보 진영 쪽으로 넘어가지는 않는다”며 “그동안 TK는 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정치적 결집을 주장해 왔다. 그래서 지금 보수를 버린다면 정체성의 혼란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콘크리트 지지층’에 금이 가고, 보수의 균열이 나타나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경북대 정외과 하세헌 교수는 “과거 TK가 박 대통령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다면 지금은 실망감과 비판이 많다”며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 보수의 대안도 생겼다”고 말했다. 채 교수도 “반 전 총장 지지율이 (고향인) 충청지역보다 TK에서 높은 것도 보수의 틀 안에서 대안을 찾으려는 심리가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TK의 고민은 대안세력이 과거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대체할 만큼 강력하지 않다는 점이다. 반 전 총장은 잦은 구설수로 지지율이 점점 하락하는 상황이다. 유 의원이나 남경필 경기지사 등 다른 후보군도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채 교수는 “당분간 유보적 입장을 보이다가 대선정국이 되면 어느 보수 후보가 권력을 쥘 것인가를 놓고 전략적 판단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수 진영에서 논의되고 있는 빅텐트론이나 후보 간 합종연횡이 가시화돼야 본격적인 지지후보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이 신년 기자간담회나 인터넷방송과의 인터뷰 등 각종 여론전으로 새누리당 핵심지지층을 자극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채 교수는 “TK 지역에서 친박(친박근혜) 집회가 계속되고 인원이 늘어나는 것은 일정 부분 박 대통령의 전략이 먹혀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두 교수는 이런 흐름이 계속되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지지세가 강화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 교수는 “전통적으로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TK 기성세대들은 황 권한대행이 현 정부 사람인 데다 박 대통령을 옹호한다는 점에서 보수의 정통성을 갖고 있다고 본다”며 “새누리당 후보로 나온다면 적지 않은 표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