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벚꽃대선’ 3대 경제 外風
입력 2017-01-31 05:01
민감한 경제 이슈들이 연초부터 국제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유럽의 기본소득제 도입, 미국 법인세율 인하, 일본의 장시간 근로 철퇴 움직임 등이다. 특히 우리는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박근혜 대통령 직무정지로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인 만큼 외풍(外風)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 차기 주자들은 벌써부터 경쟁적으로 이슈 선점에 나서고 있다.
유럽발 기본소득 실험, 태풍 되나
지난 29일(현지시간) 브누아 아몽 전 교육장관은 돌풍을 일으키며 프랑스의 집권 사회당 대선후보로 확정됐다. 기본소득 보장제가 그의 대표 공약이다. 소득 불균형과 디지털 혁명으로 일자리가 부족해졌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모든 국민에게 매달 600∼750유로(약 75만∼94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복지 선진국 핀란드는 이미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실험에 돌입했다. 올해부터 핀란드는 2년간 일자리를 잃어 복지수당을 받는 국민 가운데 2000명을 선정해 매달 560유로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이재명 성남시장 등 대선 주자와 유력 야권 인사를 중심으로 기본소득제를 도입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시장은 청년·노인·장애인 등 2800만명에게 연간 100만원씩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년 중 비정규직 근로자와 실업자에게 월 30만원을 지급하는 청년 기본소득제를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외국 사례와 대선 주자들의 공약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국내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기류가 강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30일 “기본소득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재정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복지제도 전반을 개편하는 큰 수술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잡해지는 법인세 논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 기간 현행 35%로 세계 최고 수준인 법인세율을 15%로 낮춰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우리의 법인세 인상 논란은 더욱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국내에서는 현재 22%인 법인세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야당과 유지해야 한다는 정부·여당의 기조가 팽팽히 맞섰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자 야당이 정국의 주도권을 쥐었고, 재벌을 개혁해야 한다는 여론까지 맞물리면서 법인세율이 인상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법인세율 인상을 반대하는 진영의 목소리가 다시 높아졌다.
단순하게 법인세율 인상을 외치던 대선 주자들 입장은 실효세율 인상, 최고세율 인상, 법인세 감면 축소 등으로 분화됐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엔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실효세율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법인세 감면 혜택을 축소하자고 제안했다.
우리의 법인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22.5%에 비해서 다소 낮다. 그러나 정부는 법인세율 인상에 따른 기업의 투자·고용 위축을 우려하며 여전히 인상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장시간 근로 퇴출이 대세
일본에서는 지난해 대기업 신입사원 과로사 문제가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다. 이후 장시간 근로 관행을 없애자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아베 신조 총리는 재계에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라”고 촉구했고, 우리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해당하는 일본 경제단체 게이단렌은 “경영자가 리더십을 발휘해 장시간 노동 관행을 시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여기에 최근 일본의 대형 손해보험사 미쓰이스미토모 해상화재보험이 오후 7시를 넘긴 연장근무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기로 하는 등 기업들도 적극 호응하고 나섰다.
국내 대선 주자들은 ‘워킹맘’의 표심을 겨냥해 근로시간을 줄이면서 동시에 출산·육아를 독려하는 복지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모든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최장 3년까지 쓸 수 있도록 하는 ‘육아휴직 3년법’을 들고 나왔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출산휴가를 현행 90일에서 120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도 일·가정 양립 문화를 정착시킨다는 취지에서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 중이다. 고용노동부는 근로시간 단축 입법을 국회에 줄곧 요청하고 있다.
세종=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