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선경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 “아이디어만 가져오세요… 제품화 돕겠습니다”

입력 2017-01-31 05:03
선경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이 30일, 바이오헬스 산업 역군 양성과 제품화 지원 계획 등 포부를 밝히고 있다. 오송재단 제공

“누구든지 아이디어만 가져오세요. 신약이나 의료기기 개발에 필요한 글로벌 수준의 종합적인 연구 인프라를 제공하고 제품화를 돕겠습니다.”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오송재단) 선경 이사장의 새해 다짐이다. 선 이사장은 30일 “첨단의료복합단지(첨복단지)가 차세대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인 의료산업을 부양하는 대장간 역할을 할 것이라 믿는다”며 “첨복단지의 성공을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심과 응원, 그리고 정책적 배려는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임 3년차에 들어선 선 이사장을 만나 올 한 해 신규사업 계획과 포부를 들어봤다.

-오송재단의 역할과 새해 목표는?

“신약이나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데는 엄청난 자본이 들어가고 동시에 고가의 개발 장비가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더라도 산업화하기까지의 과정은 아주 험난하다.

이렇듯 힘든 고부가가치 의료산업의 탄생과 부흥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 장려할 목적으로 조성한 ‘바이오클러스터’가 첨복단지다. 신약개발지원센터,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 임상시험센터, 실험동물센터 등 4개 시설이 핵심이다.

오송재단 역시 미래 국가성장 동력에 해당하는 바이오헬스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구축된 바이오클러스터 중 하나다. 목표는 국내 바이오제약사들이 개발한 바이오의약품 및 생명공학기술(BT) 기반 첨단의료기기의 사업화와 산업화를 지원,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데 있다.

각 기업들과 협력해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극복할 수 있게 돕는 일도 한다. 죽음의 계곡이란 기초연구 및 개발에서부터 상품화 및 산업화 단계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암초처럼 숨어서 발목을 잡고 부가가치를 떨어트리는 장애물을 가리킨다.

신약개발지원센터 등은 이를 제거하는데 필요한 핵심시설이다. 오송재단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전주기 지원 인프라를 갖춘 첨복단지라고 할 수 있다.”

-벌써부터 신약개발 성공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 오송재단 지원으로 결실을 맺은 연구개발(R&D)관련 성공사례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퇴행성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에 대한 국내 제3상 임상시험연구가 지난해 4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현재 이 신약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 품목허가절차를 밟고 있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시판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일본 미쓰비시다나베제약에 50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도 체결했다. 토종 바이오기업 ㈜제넥신은 오송재단 지원으로 다국적 제약사 MSD와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치료 백신에 관한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연구는 제넥신의 HPV유전자백신 ‘GX-188E’와 MSD의 항암제 ‘키트루다’를 효과적으로 병용해 HPV감염으로 발생한 암을 물리치는 게 목표다.

이밖에 간암 치료제 ‘펙사벡’을 개발 중인 신라젠㈜, 퇴행성관절염 세포치료제 ‘카티스템’을 개발한 메디포스트, 일회용 내시경을 개발한 ㈜인트로메딕, 획기적인 환자감시 및 제세동 융합 시스템을 개발한 ㈜씨유메디칼 등도 오송재단의 지원으로 임상시험연구를 진행, 글로벌 산업화에 성공한 회사들이다.

오송재단 산하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는 또한 지난해 12월 식약처로부터 ‘의료기기 시험검사 기관’으로 지정된 데 이어 미국 환경자원학회(ERA)가 주관하는 국제숙련도시험평가에서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바이오헬스 산업 역군 양성 계획은?

“오송재단은 미래 신(新)성장 동력으로 급부상한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이 필요로 하는 고급인력 수요에 맞춰 전문적 지식과 소양을 갖춘 헬스케어 창업가뿐만 아니라 의료, 제약, 바이오 등 의료산업 분야의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에서 통하는 글로벌 바이오헬스케어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지난해 프랑스 그레노블대학, 이화여대경영대학원 등과 공동으로 바이오헬스케어 MBA과정을 개설, 운영하기 시작한 것이 본보기다. 이 과정은 헬스케어산업 분야의 신사업 기회 창출을 위한 경영 전략 및 관리 능력을 함양하는 실무중심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고, 이수자에겐 프랑스 학위가 제공되는 것이 특징이다.

바이오헬스산업이 당면한 가장 큰 어려움은 인력수급 문제다. 바이오헬스 연구개발 및 현장실무 인력 부족으로 외국의 연구기관에 인력양성교육을 위탁하는 사태가 벌어질 정도다.

인구 약 500만 명의 아일랜드도 ‘국립바이오공정교육연구소’(NIBRT)를 세워 세계적인 바이오 인력양성의 메카로 발전시켰다. 인구가 아일랜드보다 10배나 많은 우리나라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앞으로 오송재단이 그 역할을 자임, 국내 바이오헬스산업이 필요로 하는 전문인력 양성에 최선을 다할 각오다.”

-선진 바이오클러스터 운영 노하우를 수출할 수도 있는가?

“오송재단은 지난해 유럽 최대의 바이오클러스터인 프랑스 ‘제노폴’과 스위스 메디클러스터, 일본 아베노믹스 의료산업화 전략의 핵심 거점인 가와사키 바이오클러스터 킹스카이프론트 프로젝트, 오사카 의료기기 클러스터, 싱가포르의 바이오폴리스, 말레이시아의 J-바이오텍 등과 전략적 협력계약을 맺었다. 우리나라 바이오기업의 세계화를 도모하고, 아시아 및 유럽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디딤돌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특히 올해는 이들 해외 바이오클러스터들과 상생 협력할 수 있는 전략을 구체적으로 개발, 실현해나갈 계획이다.

오송재단은 지식산업 서비스 수출이라는 측면에서 최적의 첨복단지 인프라를 갖추었다고 자부한다. 더욱이 정부가 지원하는 톱다운 방식의 바이오클러스터를 운영해본 경험은 세계적으로 우리밖에 없다. 최근 들어 오송 바이오클러스터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로부터 많은 관심과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는 배경이다.

한국형 첨복단지 모델을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개발도상국에 수출할 수만 있다면 국가성장 먹을거리 범위가 더욱 확장될 것이라 믿는다. 이를 통해 국내 기업들의 해외진출을 위한 글로벌 기반 마련은 물론 세계 각국과 긴밀한 바이오헬스 연구 및 공조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