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주자들이 설 명절 밥상 민심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내고 있다. 탄핵 시계가 빨라지면서 대선일이 3개월 여 앞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아져 마음도 조급하다. 선두 그룹은 지지층 결집을, 후발 주자들은 반등을 꿈꾸며 광폭 행보를 계획 중이다. 제3지대 연대 등 정계개편 시동을 위한 구상도 진행된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26일 서울소방학교를 방문해 ‘새내기 소방관’들을 만났다. 그는 “소방관들을 지방공무원에서 국가공무원으로 전환해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29일엔 부산민주화운동의 대부로 불리는 송기인 신부를 만난다. 송 신부는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 때 천주교식 종교의례를 진행했다. 부산에서부터 야권의 전통 지지층을 결집해 ‘대세론’을 이어가겠다는 복안이다. 이후 경남 양산 자택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문 전 대표와 선두그룹을 형성 중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에 있는 이봉창·윤봉길·백정기 의사 묘역을 참배했다. 또 백범 김구 선생 기념사업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형오 전 국회의장을 면담하고 향후 행보에 대한 정치적 조언도 들었다. 반 전 총장은 설 명절 충북 음성 고향마을로 내려가 가족을 만나고 정계개편 구상을 위한 시간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설 연휴 기간을 이용해 제3지대 연대를 위한 정치권 접촉면도 늘릴 계획이다. 당장 손학규 국민개혁주권연대 의장과 27일 회동하고 ‘빅텐트’ 구성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충청·영남·수도권 지역 의원들을 설득하며 정치세력화도 준비 중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동선은 주로 지지층 확대를 위해 짜였다. 자신의 강점을 최대한 부각해 문 전 대표와의 경선 맞대결 구도를 만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시장은 설 당일인 28일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을 방문하기로 했다. 그는 지난 23일 대선 출마선언문에서도 한·일 위안부 합의 반발 여론을 겨냥하며 “국가 간 합의의 최소 요건도 갖추지 못한 위안부 합의는 애초부터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이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세월호 유가족 합동차례에 참석할 예정이다. 합동차례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 4월 16일을 기념해 오후 4시16분에 시작된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호남 민심 끌어올리기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26일 호남선 기차 출발점인 서울 용산역에서 당 지도부와 설날 귀향인사를 하며 일정을 시작했다. 그는 이번 주 내내 광주·전남 일정을 소화했다. 안 전 대표는 29일에는 젊은층 지지를 잡기 위해 부인 김미경 교수와 함께 ‘안철수 부부의 설날민심 따라잡기 올 댓글 퍼포먼스’라는 제목으로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도 계획 중이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27일부터 동대구역에서 주호영 의원 등과 함께 귀성 인사에 나선다. 보수 텃밭인 대구에서부터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설 연휴 기간에는 지역 재래시장을 돌면서 민심을 청취하고, 경찰·톨게이트 근무자 등과 만나는 일정도 준비 중이다.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에는 기자간담회를 갖고 구체적인 공약과 비전도 제시할 예정이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28일 논산지역 경로당을 찾아 고향 어르신을 만나고 세배할 예정이다. 안 지사는 외부 일정을 최대한 줄이고 정국 구상에 몰두하며 민주당 경선을 대비하기로 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도정과 대권행보를 동시에 진행한다. 27일 화성시 장안면 수촌리에 위치한 조류인플루엔자(AI) 거점소독시설을 방문, 방역추진 상황을 살펴보고 직원들을 격려할 계획이다. 29일에는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을 찾아 돌아가신 위안부 할머니를 모신 추모장과 위안부 소녀상에 참배하고 할머니들께 세배를 올릴 예정이다.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은 28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에서 열리는 망향 경모제 행사에 참석, 이산가족들과 실향민들을 위로한다. 손 의장은 30일에는 서울 광화문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청년 창업가들과 간담회를 하기로 했다. 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27일 대구 120 달구벌 콜센터를 방문해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들은 뒤 서문시장 화재 피해 상황을 점검한다. 29일에는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를 만나 새해 인사를 할 예정이다.
글=전웅빈 백상진 기자 imung@kmib.co.kr, 일러스트=전진이 기자
“벚꽃대선, 설 밥상머리 민심이 가른다”
입력 2017-01-27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