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이 무슨 자격으로 민주주의를 말합니까!”
위모(51·여)씨가 최씨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를 향해 소리쳤다. 이 변호사가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자신의 사무실 복도에서 특별검사팀의 부당 수사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하던 중이었다. 위씨는 ‘민주주의 입에 올리지 마. 순실이 왕국 꿈 무너져 억울하겠지!’라고 적은 종이를 들었다. 그는 이 변호사에게 “이거나 전해주시죠. 지(최씨)가 뭘 알아서 민주주의래. 광장에 나가서 민주주의 투쟁이라도 해봤나”라고 쏘아붙였다. 위씨는 자신의 실명을 밝히며 “서초동에 사는 평범한 주부”라고 했다. 이어 “오전에 빨래하고 청소기 돌리다 뉴스 보고 기자회견 한대서 걸어서 찾아왔다. 너무 평범한 시민인데 억울해서 나왔다. 민주주의를 짓밟은 사람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자기 손자, 자기 자식만 중요하냐. 내 손자, 내 자식도 중요하다. 자기가 무슨 왕이나 되느냐”고도 했다.
이 변호사가 “이의가 있다면 정당하게 하라. 재판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고 하자 위씨는 “최씨가 대접받고 (특검) 조사를 받아야 하나. 지금 이 정도도 국민이 봐주는 것”이라고 맞섰다. 3분가량 설전이 이어지자 이 변호사는 “어떤 시민이 변호인을 질타하는데 이래서야 되겠느냐. 이게 바람직한 상황이냐”며 사무실로 들어갔다. 기자회견 시작 전에는 한 30대 남성이 이 변호사에게 “악마의 변호사는 사라져라”고 외치기도 했다.
최씨는 전날 특검 조사실로 구인되면서 “여기는 더 이상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 너무 억울하다”며 거칠게 항의했다. 이를 지켜보던 빌딩 청소관리원 아주머니는 “염병하네”라고 세 차례 맞받아쳤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서초동 주부 “최순실, 민주주의 입에 올리지 마”
입력 2017-01-26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