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립주의’가 글로벌 통상환경을 재편하고 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천명하면서 관련국의 ‘대안 찾기’에 가속도가 붙었다.
30일 통상 당국에 따르면 베트남은 ‘수출시장 다변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에서 동남아시아 국가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응웬 둑 끼엔 베트남국회 경제위원회 부의장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과 인터뷰에서 “TPP 무산으로 미국이 아닌 다른 시장을 찾을 수밖에 없게 됐다”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등 인접 지역으로 수출을 늘릴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베트남은 미국의 TPP 탈퇴에 따른 최대 피해국으로 꼽힌다. 당초 베트남은 TPP 타결로 202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을 11%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다.
다급해진 곳은 베트남뿐만 아니다. 미국과 함께 TPP를 주도했던 일본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일단 미국의 입장 선회를 설득하고 있다. 동시에 유럽연합(EU), 아세안 등 ‘대안 시장’과의 공조강화 방안을 마련 중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일·EU 경제연대협정(EPA)이나 한·중·일과 아세안이 참여하는 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RCEP) 협의를 서두를 것”이라고 관측했다.
멕시코는 ‘TPP 불발’ ‘NAFTA 재협상’이라는 두 가지 태풍을 한꺼번에 맞닥뜨렸다. 우선 TPP 참여국 가운데 미국을 제외한 11개 나라와 ‘강한 공조’를 맺겠다는 입장이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TPP 참여국과 새로운 양자 무역협약 체결을 위한 대화를 즉각 시작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페소화 가치가 폭락하는 등 환율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자 서둘러 나선 것이다.
한국도 돌파구를 찾고 있다. 진승호 기획재정부 대외경제국장은 “TPP에 참여했던 12개 국가 가운데 우리와 FTA를 체결한 10개국을 빼고 일본, 멕시코와 FTA를 서두르겠다”고 설명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월드 이슈] “新고립주의 태풍 피하자”… 수출국들 돌파구 찾기
입력 2017-01-31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