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몸사리는데… SK ‘통큰 투자’

입력 2017-01-26 16:26

SK그룹이 회사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에 나선다. 채용 규모도 지난해보다 늘리며 경제 살리기에 적극 동참한다는 계획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기업들이 투자 및 채용 계획 수립을 미루는 가운데 SK가 5대 그룹 중 처음으로 투자 계획을 밝힘에 따라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SK그룹은 16개 주력 관계사 투자·채용 계획을 종합한 결과 올해 총 17조원을 투자하고 8200명을 채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26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투자 실적 14조원보다 3조원 증가한 수치다. 계획대로 투자가 집행되면 SK그룹 역대 최대 규모에 해당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경영 환경이 불확실할수록 흔들리지 말고 투자와 채용에 적극 나서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총 투자액의 65%에 해당하는 11조원을 국내 시설에 투자한다. 지금까지 SK그룹의 국내 시설 투자 규모 중 가장 많다. 고용창출 효과가 큰 국내 시설투자에 적극 나서서 국내 경제 활성화에 일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SK그룹은 설명했다.

SK그룹 ‘빅3’로 꼽히는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가 투자를 주도한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실적발표 이후 열린 투자자 설명회에서 올해 7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년간 6조원대의 대규모 투자를 했는데 올해는 투자 규모를 더욱 늘리는 것이다. 10나노급 D램, 72단 3D 낸드플래시 분야에 투자를 집중한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올해 3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SK텔레콤은 3년간 인공지능과 5G 등 미래 먹거리에 11조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이로써 SK그룹 3대 성장축인 에너지·화학, 정보통신기술(ICT), 반도체 투자 규모가 확정된 셈이다.

SK그룹은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인수·합병(M&A), 지분투자 등에도 4조900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지난해 3조1000억원보다 금액을 늘렸다. SK㈜는 지난 23일 반도체 웨이퍼 생산업체 LG실트론을 6200억원에 인수했다.

SK그룹은 올해 대졸 신입사원 2100명을 포함해 총 8200명을 뽑기로 했다. 지난해 8100명보다 채용을 늘린다. 직접 채용 외에 사회적기업을 육성해 사회적 일자리도 지속적으로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매출 5조3577억원, 영업이익 1조5361억원을 기록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2015년 3분기 이후 5분기 만에 영업이익 1조원에 복귀했다. 매출은 분기 사상 최대치다. 4분기 D램 출하량이 전 분기보다 13% 늘었고, 평균 판매가격은 14% 상승하는 등 수요 강세와 가격 상승에 따라 실적이 개선됐다. 연간 기준으로는 매출 17조1980억원, 영업이익 3조2767억원이었다.

글=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