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의 장본인 최순실(61·구속 기소)씨가 검찰에 체포돼 수사와 재판을 받은 지 석 달 가까이 지났다. 공개 장소에서 최씨가 보인 태도도 시간이 흐를수록 바뀌었다. 검찰에 처음 소환됐을 때는 잘못을 빌었지만 곧 침묵했고, 점차 항변의 목소리를 높이더니 최근에는 특별검사팀의 수사 자체를 부정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자신과 박근혜 대통령이 갈수록 궁지에 몰리자 의도적으로 반발 강도를 높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0월 31일 서울중앙지검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의 최씨는 무기력했다.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시와 취재진 수백명의 기세에 눌려 흐느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국민 여러분 용서해주세요”라는 말을 겨우 뱉어냈다. 최씨는 11월 3일 구속됐다.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기간 동안 최씨는 거의 매일 검찰에 소환됐다. 호송버스에서 내려 이동할 때면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검찰 조사실에서는 대부분 입을 다물거나 확실한 물증이 제시된 경우에만 사실관계를 시인했다고 한다.
12월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최씨는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재판부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다만 “독일에서 왔을 때는 어떤 벌이든 달게 받겠다고 했는데…취조를 받고 나니 이제 정확한 걸 밝혀야 할 것 같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올 들어 딸인 정유라씨 이화여대 입시 비리,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 등 특검 수사가 속도를 내자 최씨의 발언도 공세적으로 변했다. 지난 5일 1차 공판 때 그는 “억울한 부분이 많다. 재판부가 밝혀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지난 16일 헌법재판소의 박 대통령 탄핵심판 증인으로 출석해서는 “검찰에서 전부 나한테 뒤집어씌웠다”며 적반하장의 모습을 보였다. “대한민국 검사들이 제대로 수사할 의지가 있나. 사람이 거의 죽을 지경”이라는 주장도 했다. 변호인 입회 하에 자신이 날인한 신문조서에 대해서도 “새벽까지 조사를 받고 뻗어 있었다”며 내용을 부인했다. 16일은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날이다. 블랙리스트 의혹의 정점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한 소환 통보도 있었다. 최씨가 느낄 위기감 역시 증폭됐을 시점이다.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법의 7차 공판에서는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의 증언을 듣고 난 뒤 “모든 걸 나한테 떠넘기려 한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최씨는 25일 체포영장 집행으로 특검에 강제 구인되면서 격한 감정을 그대로 노출했다. 전국에 생중계되는 TV 카메라 앞에서 “여기는 더 이상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 “박 대통령과의 공동책임을 밝히라고 자백을 강요하고 있다”며 악을 썼다. 최씨는 지난달 24일 이후 온갖 이유를 대며 특검 소환에 불응하는 무시 전략을 써왔었다. 이날의 작심 발악은 박 대통령 측과의 교감 속에 계획된 연출이란 분석도 많다.
양민철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죽을죄”→침묵→“억울”→“강압 수사”… 거칠어진 崔의 입
입력 2017-01-27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