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성객 분석… 당신은 어디? 고향 칩거족 · 귀성 본능족 · 명절 여행족 · 프로 효도족

입력 2017-01-27 00:09

직장인 조모(29)씨는 26일 오전 5시쯤 택시를 타고 서울역으로 향했다. 40분 뒤 출발하는 전남 순천행 KTX를 타야 하기 때문이다. 설 연휴를 맞아 고향으로 가는 조씨는 기차 안에서 분주하게 약속을 잡았다. 고향에 머무는 3박4일간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을 만날 생각이다. 조씨는 따로 부모나 친지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지 않았다.

서울 중랑구에 사는 한모(51·여)씨는 설 연휴가 시작되는 27일 오전 5시 가족과 함께 경기도 화성의 시댁으로 출발한다. 교통수단은 남편이 운전하는 자동차다. 한씨 가족은 명절 때마다 새벽에 떠난다. 교통 체증을 피하기 위해서다. 한씨는 지난 주말에 명절 음식과 선물을 준비하려고 대형마트, 백화점 등에서 장을 봤다. 한씨 가족은 화성에서 하룻밤을 잔 뒤 설 당일인 28일 귀가할 예정이다. 한씨는 “보통 설 전날 시댁에서 하루를 보내고, 설 당일 밤늦게 집에 돌아와서 쉰다”고 말했다.

조씨나 한씨 사례처럼 명절을 보내는 특별한 패턴이 있는 걸까. 신한카드 트렌드연구소가 지난해 설 연휴(2월 5∼11일)에 수도권 고객의 행태를 분석했더니 나이나 귀성 교통수단에 따라 고향집에 머무르는 시간과 소비행태가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고향 칩거족(族)’ ‘귀성 본능족’ ‘명절 여행족’ ‘프로 효도족’이라는 크게 4가지 부류로 패턴을 정리했다.

조씨처럼 기차를 이용하는 20대가 고향 칩거족이다. 고향에 머무는 기간이 길다는 게 특징이다. 신한카드 조사에서 전체 연령대의 고향 체류일수는 평균 2.1일이지만 고향 칩거족은 2.6일이나 머물렀다. 이들은 연휴 기간에 선물 구입(38.6%)보다 외식(61.4%)에 더 많은 돈을 썼다. 고향에서 친구 등을 만난 것이다.

‘귀성 본능족’은 한씨처럼 자가용을 이용해 고향을 찾는 40, 50대가 주축이다. 이들은 선물을 미리 사고, 차량 소통이 원활한 시간대를 찾아 이동하는 특성을 보였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신한카드 40, 50대 고객 가운데 93.4%는 명절 전에 선물을 샀다. 설 전날 자정부터 오전 7시 사이에 하이패스로 고속도로를 이용한 이들 가운데 40, 50대 비중이 16.1%로 가장 많았다. 이들의 고향 체류일수는 2.0일로 평균보다 짧다.

20대 자가 운전자는 ‘명절 여행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자신의 거처가 아닌 지역을 두 곳 이상 방문하는 비중이 31.0%로 평균(28.4%)보다 높았다. 명절에 고향이 아닌 다른 지역을 여행한 것으로 보인다.

40대 이상이면서 기차로 귀성하는 이들은 ‘프로 효도족’으로 불릴 만하다. 프로 효도족이 고향의 백화점에서 쓰는 돈은 평균 15만7000원이다. 전체 평균(11만8000원)보다 많다. 가족과 친지에게 건넬 선물을 현지에서 바로 구매한 것이다. 연휴기간에 외식도 많이 한다.

기차이용 귀성객의 연휴 중 결제패턴을 보면 20만원 이하는 30대 이하 연령층(63.0%)이 다수다. 20만원을 넘는 경우 40대 이상(56.8%)의 비중이 더 많다. 상대적으로 고급음식점에서 가족과 식사를 한 것으로 분석된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