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며 2017년 대권 꿈을 접었다. 야권 유력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의 ‘거대한 벽’과 낮은 지지율, 핵심 참모들의 이탈 등 현실적 한계를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박 시장은 민주당이 대선 후보 경선 예비후보 등록을 시작한 26일 국회에서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박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한국을 새롭게 바꾸겠다는 열망으로 열심히 노력했지만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며 “성찰과 단련의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권교체를 위해 민주당 당원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여연대와 ‘아름다운가게’ 등을 설립하며 30여년간 성공한 시민운동가로 활동했던 박 시장은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화려한 주목을 받으며 정치권에 입문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도 56.12%의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대선 국면에서는 현실적 한계에 직면했다. 박 시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서울시장에 어렵지 않게 당선돼 정치를 잘 몰랐던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특히 당내 경선이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문 전 대표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는 그동안 문 전 대표를 향해 “청산 대상”이라며 각을 세우고, 촛불공동경선이라는 마지막 승부수도 던졌다. 하지만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은 꺾지 못했다.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한 지지율도 발목을 잡았다. 박 시장은 지난해 말 탄핵 국면에서 야권 대선 주자 중 가장 먼저 촛불집회에 나섰고, 이재명 성남시장 못지않은 ‘강성 발언’을 쏟아냈지만 지지율 반등에 성공하지 못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2일 발표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는 순위에도 오르지 못하는 굴욕을 겪었다. 박 시장 측은 “지지율 반등에 성공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전했다.
임종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권오중 전 비서실장 등 핵심 참모그룹이 이탈한 것도 불출마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임 전 부시장은 현재 문 전 대표 비서실장으로 활동하고 있고, 권 전 실장은 최근 안희정 충남지사 측에 합류했다.
박 시장은 일단 서울시정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시장 3선 도전에 대해 “함부로 얘기하면 안 된다”며 말을 아꼈다. 박 시장을 도왔던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탈당 가능성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일각에서는 박 시장이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를 도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 전 대표는 2011년 박 시장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했다.
문 전 대표는 “(박 시장이) 어렵고 고마운 결단을 해주셨다. 우리 국민은 치열한 경쟁에도 관심을 두지만 또 아름다운 양보와 협력에 더 큰 감동을 한다”며 “박 시장의 결단이 새로운 대한민국 만들기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안타깝다. 박 시장의 공동정부 수립 꿈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했다. 안 지사 측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시대교체의 길로 함께 가자”고 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박원순 대선 포기 3가지 이유… 문재인의 벽·낮은 지지율·핵심 멤버 이탈
입력 2017-01-26 1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