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관음보살좌상 부석사에 돌려줘라”

입력 2017-01-26 16:43

일본 쓰시마섬(대마도) 한 사찰에서 도난돼 한국으로 반입된 불상을 원래 소유주인 충남 서산 부석사로 인도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대전지방법원 민사12부(부장판사 문보경)는 26일 대한불교 조계종 부석사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금동관음보살좌상(사진) 인도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그동안 진행된 변론과 현재 문화재청에서 보관 중인 불상에 대한 현장 검증 등을 통해 불상이 부석사 소유로 넉넉히 인정된다고 추정된다”며 “역사·종교적 가치를 고려할 때 불상 점유자는 원고인 부석사에 인도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이어 “부석사가 인도받더라도 충분히 보관할 능력이 있다고 본다”며 “함께 청구한 가집행도 받아들인다”고 덧붙였다.

금동관음보살좌상은 높이 50.5㎝, 무게 38.6㎏로 1330년쯤 제작돼 부석사에 보관돼 있다가 고려 말 왜구가 약탈해 간 것으로 추정된다. 1973년 일본에서 유형문화재로 지정됐으나 도난돼 2012년 국내로 반입됐고 현재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보관하고 있다.

원고 측 증인인 김문길 한일문제연구소장은 지난 12일 열린 3차 증인신문에서 “역사가로서 볼 때 중세 이후에는 왜구와 불상을 교류하는 경우는 없었다”며 “이는 왜구가 이 불상을 약탈해 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근거”라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또 “불상 자체가 화상을 입은 흔적이 있는데 신라나 고려 시대에 만들어진 불상에서 이런 흔적이 발견되고 있다”며 “불상이 정상적으로 교류될 경우에는 복장품(불상을 만들 때 안에 넣는 경전, 발원문, 사리 등)이 제거된 뒤 이뤄지는데 복장품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일본과 정상적인 교류로 행해진 것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동관음보살좌장이 절도범에 의해 우리나라에 반입됐을 때 부석사 신도들은 왜구에 약탈당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법원은 2013년 2월 부석사가 제기한 일본 반환 중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 불상이 도난된 것이라며 줄곧 반환을 요구해 온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번 판결에 대해 “극히 유감”이라며 “신속히 불상이 일본에 반환되도록 한국 정부에 적절한 대응을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절도단이 쓰시마에서 금동관음보살좌상과 함께 훔친 동조여래입상은 지난해 7월 도난 당시 점유지인 쓰시마섬의 가이진(海神) 신사로 반환됐다. 불법 유출됐다는 증거가 없고 국내에서 소유권을 주장하는 사람이 없어 반환 판결이 내려졌다.

대전=정재학 기자 jh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