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유력한 여권 대권주자로 꼽혀오던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 이어 야권의 박원순 서울시장마저 결국 대권 꿈을 접었다. 오르지 않는 지지율, 어려운 주변여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들은 ‘반성’ ‘성찰’ ‘조력’ ‘백의종군’ 등 표현으로 향후 정치행보를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서 잠재적인 대권 후보로 여겨지던 중량급 인사들 중 가장 먼저 포기 의사를 천명한 사람은 김무성 의원이다. 스스로도 차기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수차례 밝혀왔던 김 의원은 새누리당 소속이던 지난해 11월 일찌감치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직접적인 후폭풍을 맞은 셈이다. 그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박근혜정부 출범의 일익을 담당했던 사람으로서 국가적 혼란사태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저부터 책임지고 내려놓겠다”고 했다.
오세훈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지난 13일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수년 전 서울시장 등을 역임하며 새누리당의 유력 대선주자로 급부상하기도 했던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낙선하는 등 정치적 슬럼프를 겪는 중이다. 오 최고위원은 “새누리당 사당화(私黨化)에 제대로 목소리조차 내지 못한 무능과 무책임함을 통감한다”고 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지만, 대선 불출마를 고민하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원 지사는 26일 제주도청 기자 간담회에서 “(대선 경선을) 한다고 한 적이 없고, 그렇다고 안 한다고 하는 것도 이상하다”며 “나라 걱정은 많지만 나라를 걱정한다고 해서 모두가 후보로 나서야 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대권 꿈을 포기한 인사들과 달리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후발 주자들은 ‘이변’을 꿈꾸며 줄줄이 출마를 선언하거나 대선 출정식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은 지난 19일 대선출마를 공식화했다. 정 이사장은 당시 “부족하지만 제가 앞장서겠다”며 “국가혁신을 위한 동반성장 정책으로 침몰하는 대한민국을 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식기반형 강소기업 육성, 민생혁신을 통한 생활보장국가, 교육불평등 해소, 남북한 동반성장, 정치 혁신 등 동반성장 5대 정책을 내세웠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최성 고양시장이 26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날 등록이 시작된 민주당 경선 예비후보 1호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행동하는 양심’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깨어있는 시민의 위대한 힘’을 실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의당에서는 강상구 교육연수원 부원장이 최근 대선에 나서기로 한 심상정 대표에게 도전장을 냈다. 강 부원장은 출마 선언을 한 여야 정치인 중 유일한 40대 후보다.
이인제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1997년, 2002년, 2007년에 이어 4번째 대권에 도전한다. 그는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저 자신부터 피와 땀, 눈물을 쏟아붓겠다”며 당선 후 6개월 내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등을 약속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2월 초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선언을 할 예정이다. 김 전 지사는 “설 연휴 동안 민심 탐방을 하고 연휴가 끝나면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하겠다”고 밝혔다. 원유철 새누리당 의원도 얼마 전 “재창당 수준의 작업이 끝나면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최근 대권 도전을 선언한 장성민 전 새천년민주당 의원은 국민의당에 입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경선을 치르겠다고 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대권 꿈, 접은 사람들 & 펴는 사람들… 고민의 계절
입력 2017-01-27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