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재소환된 최순실(61·구속 기소)씨는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 강압 수사다”며 소리를 질렀던 전날과 달리 마스크를 쓴 채 조용히 특검 사무실로 향했다. 대신 이번엔 최씨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가 나서서 최씨 주장을 이어갔다. 특검팀은 곧바로 최씨 측 주장을 반박했다.
이날 오전 9시50분쯤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모습을 나타낸 최씨는 ‘강압수사 주장 근거가 무엇이냐’ 등의 취재진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한 채 발걸음을 옮겼다. 고개를 빳빳이 들고 고함치던 전날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순간까지 고개를 돌려 “억울하다”고 외쳤던 그였지만 이날은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서서도 벽을 향한 채 몸을 돌리지 않았다.
그런 그와 달리 이 변호사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팀이 최씨에게 ‘삼족을 멸하겠다’ 등 폭언과 위협을 가했다”며 특검팀에 대한 비난 강도를 높였다. 그는 “지난해 12월 24∼25일 특검이 변호인을 배제한 채 최씨를 신문했다. 이는 변호인 조력권을 침해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라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최씨 측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특검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최씨의 경우 국정농단 의혹의 핵심 수사 대상자로서 더욱 객관적인 자세로 엄중히 수사하고자 노력했다”며 “최씨가 (24일)당일 1시간가량 담당 부장검사 방으로 이동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식 조사가 아닌 면담이었으며 변호인에게도 미리 알렸다”고 밝혔다.
그는 “허위사실을 바탕으로 특검과 해당 검사들의 신뢰 및 명예를 훼손한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최씨가) 오전 10시 이전 도착했지만 변호인이 기자회견에 가 있는 바람에 조사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며 이 변호사의 행태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최씨는 체포영장이 집행된 첫날에 이어 둘째날에도 여전히 묵비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특검팀은 최씨가 블랙리스트 의혹에도 연루된 것으로 보고 그를 김기춘(78·구속)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51·구속)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구속영장에 공범으로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블랙리스트 수사와 관련해 이날 현기환(58·사진)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허현준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불출석했다.
특검팀은 전날 모 언론사의 박근혜 대통령 인터뷰에 대해선 “앞으로 특검이 수사해야 할 내용”이라며 “특별히 언급할 게 없다”고 답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특검, 블랙리스트 관련 현기환 소환
입력 2017-01-26 16:30 수정 2017-01-26 1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