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온라인 보험 전문기업인 중안보험(中安保險)은 2015년 8월 독특한 건강보험을 내놓았다. 샤오미(小米)와 손잡고 ‘미밴드’ 사용자를 대상으로 내놓은 이 상품은 ‘걸음 수 목표 달성 횟수’를 보험기간으로 환산할 수 있도록 했다. 하루에 목표한 걸음 수에 도달하면 보험기간을 하루 더 연장해 주고, 7일 연속으로 목표를 채우면 보험료 할인쿠폰을 줬다.
중안보험은 지난해 10월 차량의 운행정보확인장치(OBD)에 수집된 운전습관을 분석해 보험료를 깎아주는 ‘운전자습관연계보험’을 출시하기도 했다. 중안보험은 2013년 중국 2위 보험회사인 평안보험과 알리바바, 텐센트가 함께 설립한 회사다. 기업가치만 9조원에 육박한다.
구글은 2015년 건강보험을 판매하는 오스카 헬스케어라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325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 회사는 보험 가입자에게 손목에 차는 웨어러블 기기를 주고, 하루에 목표한 걸음 수를 채우면 보험료 1달러(월 최대 20달러)를 할인해준다. 2013년 첫선을 보인 상품은 2년 만에 4만명에 이르는 가입자를 확보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글로벌 보험시장에서 ‘인슈어테크(InsurTech) 바람’이 거세다. 인슈어테크는 보험(Insur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금융산업을 강타하고 있는 ‘핀테크’의 보험판이라고 할 수 있다.
보험회사들은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상품을 설계한다. 가입자의 건강 상태, 생활습관, 건강을 지키려는 노력 등에 따라 다양한 인센티브를 준다. 고객들은 설계사 등을 거치지 않고 모바일이나 온라인으로 가입한다. 공동으로 보험을 구매(가입)하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쪽으로 보장내용을 채우고, 보험료를 협상할 수도 있다.
구글, 페이스북,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세계적 IT기업들은 이미 인슈어테크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다. 26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인슈어테크 투자 규모는 전 세계적으로 25억 달러로 추정됐다. 이 가운데 중국의 투자 규모가 10억 달러로 가장 크다. 아직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작지만, 시장을 선점하면 장기적으로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블루오션’으로 보기 때문이다.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다양한 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메트라이프는 샤오미와 함께 하루 수면시간이 7시간 이상인 미밴드 사용자를 대상으로 보험료 할인 혜택을 주는 상해보험을 내놓았다. 수면시간이 7시간 미만이면 전문의사의 수면개선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미국 손해보험회사인 프로그레시브는 ‘스냅샷’이라는 장비를 이용해 운전행태 정보를 수집·분석해 최대 30%까지 보험료를 깎아준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인슈어테크 바람이 잠잠한 편이다. 그나마 몇몇 기업이 눈을 뜨고 있다. 동부화재는 지난해 4월 스마트폰 내비게이션(T맵)과 연계해 운전습관을 측정해 보험료를 차등하는 ‘스마트UBI보험’을 선보였다. 보험·금융컨설팅 전문기업인 LKMS는 중간 유통과정을 생략한 크라우드 보험 플랫폼 ‘인바이유’(www.inbyu.co.kr)를 서비스하고 있다. 여러 사람이 그룹을 형성해 보험료·보장내용을 협상할 수 있는 일종의 보험 공동구매 서비스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보험업 잔체의 진입장벽이 높지만 장기적으로 인슈어테크가 보험 판매채널, 상품 설계, 보험금 지급 등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오면서 시장 규모가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기획] 보험판 핀테크 바람 한국선 잠잠… 美·中선 강풍
입력 2017-01-27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