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정규재TV’ 인터뷰는 대단히 유감스럽다. 방식과 내용이 모두 그렇다. 박 대통령도 탄핵소추에 항변할 권리가 있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정은 그 권리를 행사하도록 공식적으로 마련된 자리다. 구체적인 탄핵 사유를 놓고 타당성을 따지니 항변하기에 이보다 적합한 곳은 없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헌재 출석을 끝내 거부하고 기습적인 인터뷰를 했다. 설을 앞둔 시점을 택해 육성을 내놓았다. 여론을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만들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법치국가에서 법에 따른 절차를 회피하고 장외여론에 기대는 것은 옳지 않다. 이는 자신이 임명한 검찰의 수사 결과를 “검찰의 의견일 뿐”이라고 폄하하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법을 초월한 듯한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인터뷰 내용은 더욱 실망스럽다. 국정농단 사태와 탄핵 사유의 사실관계를 묻는 질문은 거의 없었다. “정윤회씨와 밀회했나” “정유라씨가 딸인가” 같은 본질과 무관한 루머를 물었고 “거짓말도 어지간히 해야” “오해와 허구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등의 답변을 했다. 박 대통령은 급기야 음모론을 꺼내들었다. “뭔가 오래전부터 기획된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면서 어떤 ‘세력’이 배후에 있다는 주장을 폈다. 그런데 주장뿐이다. 근거는 하나도 제시하지 않았다. 어떤 의도를 갖고 근거 없는 주장을 공공연히 말하고 다니는 사람을 우리는 음모론자라 부른다. 박 대통령은 이 인터뷰를 통해 음모론이 생산되는 과정을 직접 보여준 셈이 됐다. 밀회설 등을 가리켜 “나라 품격 떨어지는 이야기”란 말을 여러 차례 했는데, 대통령이 직접 퍼뜨리는 음모론이야말로 나라의 품격을 떨어뜨린다.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 입에서 나란히 ‘사과’가 사라졌다. 박 대통령 인터뷰에서 국민에게 사과한다는 말은 찾아볼 수 없었고, 죽을죄를 지었다던 최씨는 특검에 출두하며 도리어 “민주 특검이 아니다. 억울하다”고 고함을 쳤다. 최씨 변호인은 기자회견을 열어 특검이 최씨를 수사하면서 인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 대리인단은 헌재의 공정성 문제까지 거론하며 전원 사퇴 가능성을 내비쳤다. 음모, 억울, 인권침해, 공정성 등이 한꺼번에 제기됐다는 사실은 박 대통령 측이 향후 탄핵, 수사, 재판의 결과에 어떻게 대응하려는지 시사하고 있다. 결코 수긍하고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자신을 지지하는 일각의 여론에 기대 편을 갈라서 어떤 형태로든 생명력을 이어가려 할 듯하다. 국가 미래를 위해 잘못을 인정하고 퇴장하는 모습 대신 국론 분열을 통해 기댈 곳을 찾으려는 몸부림을 보게 될 것 같다. 국정농단의 진실을 파헤치는 헌재, 특검, 법원의 절차를 모두 끝냈을 때 반론의 여지가 남지 않도록 철저히 법에 입각해 판단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사설] 박 대통령, 수사·심판·재판에 결국 불복하려는가
입력 2017-01-26 16: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