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넥센 히어로즈가 창단한지 10년이 됩니다. 올 시즌에는 9년 동안 못 풀었던 숙제를 해결하겠습니다. 바로 우승입니다.”
지난 23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넥센의 새 사령탑 장정석(44) 감독은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코치를 거치지 않고 구단 사무를 맡는 프런트에서 곧바로 감독이 됐다. 그는 현역시절 백업 선수였고 현장 지휘 경험도 전무하다. 설상가상으로 ‘염갈량’으로 불리던 염경엽 전 감독도 SK 와이번스 단장으로 떠났다. 이 때문에 주변에선 우려가 적지 않다.
그래도 장 감독은 자신으로 가득찼다. 현장 경험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운영팀장 시절 뒤에서 선수들을 많이 봐 왔다. 그래서 감독이나 코치들보다 선수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더 잘 안다”고 반박했다. 운영팀장은 현장 실무 책임자다. 선수단 스케줄 관리부터 시작해 트레이드, 연봉조정 등을 맡는다. 장 감독은 이런 경험이 선수들과 소통을 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장 감독은 “내 야구는 없고 대신 선수들이 하고 싶어 하는 야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장정석식 자율야구’다. 그는 “우린 4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했다”며 “우리 선수들은 저력이 있다. 그리고 우리 팀 장점이 야구를 즐겁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운영팀장 시절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한 번은 주자 1, 2루 상황에서 타자가 자신이 해결하고 싶어 했어요. 그런데 코칭스태프는 그 선수의 마음을 모르고 번트를 지시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선수 편을 들어줄 것입니다.”
그는 또 “한점씩 내는 스몰볼보다는 화끈하게 방망이를 돌리는 빅볼야구를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장 감독은 전지훈련에서도 단체 훈련보다는 자율 훈련을 더 많이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야간 훈련을 없애기로 했다고 한다. 그는 “코치들에게도 선수들의 폼을 가지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며 “대신 선수들이 스스로 찾아오면 정확한 데이터를 가지고 상의를 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넥센은 지난해 전력보강이 전혀 없었다. 이 때문에 하위권을 전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는 이런 예상을 부정했다. 장 감독은 “뒤집어 보면 전력 누수도 없었다. 지난해 다들 힘들 것이라 했지만 3위를 차지했다. 올해는 부상에서 복귀하는 선수도 많다”고 강조했다. 특히 투수쪽에서 알토란같던 한현희와 조상우가 복귀하는 것은 팀에게 천군만마다. 강윤구도 군에서 지난해 말 제대했고, 하영민도 재활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15승을 거두며 신인왕을 차지했던 신재영과 양훈, 박주현, 최원태 등도 건재하다.
선수 운용에 대해 물어봤다.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풍부한 선발 자원을 뒤로 두고 2년 전 불펜의 핵으로 활약한 한현희와 조상우를 선발로 돌리겠다는 것이었다. 장 감독은 “지금은 강한 투수를 선발로 기용할 생각”이라며 “5선발에 못들어가는 투수를 경기 중간 1이닝씩 책임지는 불펜으로 돌리겠다”고 설명했다. 운영팀장 시절 한현희와 조상우가 선발로 뛰고 싶어했던 것을 봐 왔던 것도 이런 결정에 한몫했다.
장 감독은 끝으로 “사령탑으로 선임된 후 선수들이 더그아웃에서 크게 웃고, 마음껏 재능을 발휘하는 팀으로 만들겠다고 결심했다”며 “선수들이 원하는 경기를 하게 되면 우승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올 시즌 프로야구를 말한다-<3> 넥센 장정석 감독] “올해로 창단 10년… 못 풀었던 숙제 해결할 것”
입력 2017-01-27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