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과 삶] 좋아하는 색, 싫어하는 색

입력 2017-01-26 16:56 수정 2017-01-26 17:28
유치원 게시판 그림

인간은 감각의 80% 이상을 시각에 의존한다. 컬러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알게 모르게 색에 영향을 받는다. 색에 관한 취향은 그 사람의 심리를 반영한다는 연구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엄밀하게 구분할 수 있는 색은 2000가지 정도이지만 실제로는 수백만 가지의 색이 세상에 존재한다. 좋아하는 색과 싫어하는 색은 성격과 태도를 보여주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국어 선생님이 좋아서 국어 과목을 좋아하는 것처럼 어떤 색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경향은 주위 사람들 의견에 따르는 경우도 흔하다. 주황색을 가까이하면 머리가 좋아진다고 선생님이 말했다면 아이들은 주황을 좋아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보라색을 좋아하면 병에 걸리기 쉽다는 소리를 했다면 그 기억이 남아 있는 동안 보라색을 꺼림칙하게 여기기 마련이다.

또한 어린아이들은 곧잘 색으로 마음을 드러낸다. 검정을 좋아하는 아이는 부모의 엄격함에 눌려 있을 가능성이 많다. 노랑을 좋아하는 아이는 부모에 대한 의존이 강하고, 빨강을 좋아하는 아이는 명랑한 성격이며 초록은 차분한 아이가 좋아한다. 아이들은 자기를 직접 돌보는 엄마를 따뜻하고 부드러운 색으로, 애정에 영향을 덜 미치는 아빠를 어둡고 강한 색으로 표현한다.

색의 선호에 공통으로 관여하는 것은 연령이다. 어렸을 때는 따뜻한 색을 좋아하고 어른이 되면 차가운 색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색은 평생 지속될 수 있지만 나이나 직업, 그 당시 상황에 따라 바뀌는 경우도 있다. 많은 연구를 종합해볼 때 세계인이 가장 좋아하는 색은 파랑이고 그 다음이 빨강-초록-보라-주황-노랑 순이다. 내가 지도하는 학생들을 조사해본 결과 역시 파랑을 좋아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절대적으로 어떤 색이 좋다고 할 수는 없고, 상황에 따라 좋은 색과 나쁜 색이 있을 따름이다. 색깔마다 나름대로 주장하는 바가 다르니까.

성기혁(경복대 교수 시각디자인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