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넘치는 ‘선한손’ 카톡 기도방 “오늘은 기도대신 경매합니다”

입력 2017-01-26 19:38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에 위치한 빌라델비아교회 입구.

‘경매 11호. 팩을 먼저 하고 앰플로 마무리하기 때문에 앰플과 팩을 세트로 구성했습니다. 화장품 세트인 만큼 사모님과 아내, 어머니를 위한 선물로 좋습니다. 상한가는 2만원.’

설 명절을 앞둔 25일, 카카오톡 중보기도 모임방 ‘선한손’ 게시판에 뜬 공지 글이다. 59명의 회원들이 기도제목과 말씀을 나누며 서로를 위해 기도하는 공간으로 개설된 기도방에서 무슨 경매일까.

‘부산 빌라델비아교회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낡은 건물 3층에 위치한 교회 창문은 다섯 개나 되는데 모두 단창문이라 교회에 들어가면 손과 발은 물론 머리까지 시릴 정도로 춥습니다. 게다가 이 교회를 개척한 김성훈 전도사님의 사모님은 갑상선암이 전이돼 투병 중이고 어머니는 치매를 앓고 계십니다. 기도해주세요.’

지난 17일 한 회원이 기도제목을 올리면서 ‘기도하겠다’는 댓글이 이어졌고 어느새 빌라델비아교회를 돕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기도방에서 도울 방법을 고민하던 중 회원인 이정두(아이비처치) 목사가 경매를 제안했다. 회원들로부터 기증받은 물품으로 경매를 진행하고 낙찰대금을 기부해 빌라델비아교회를 돕는 방식이다. 18일 햄 선물세트를 시작으로 회원들은 의류·생활용품·마이크·참기름·티백 세트 등을 내놓았다.

빌라델비아교회를 돕기 위한 ‘선한’ 손들은 다음 달 5일 비영리 기독교선교단체 킹덤해비타트를 통해 후원금 전액을 전달한다. 재능기부로도 함께한다.

배나영 킹덤해비타트 공동대표는 “경매가 아닌 회원들의 일시 후원도 이어지면서 지금까지 200여만원이 모였다”며 “기도방 회원인 한 목사님이 교회 청년들과 함께 빌라델비아교회를 방문해 창문 교체 및 도배 공사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