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히스토리] ‘전기먹는 하마’ 데이터센터, 친환경 전환 서둘러야

입력 2017-01-26 16:42

모든 게 손 안에 있는 시대다. 스마트폰에는 이메일이, 사진이, 음악이, 영화가 전부 담겨있다. 스마트폰 자체 용량도 늘어났지만 대부분 데이터는 클라우드에 저장돼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클라우드라는 서비스로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무슨 일이든 할 수 있게 됐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데이터를 저장할 공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 데이터들을 저장할 수 있게 하는 곳이 하드드라이브로 가득 찬 데이터센터다. 데이터센터를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전기가 필요하다. IT 분야는 이미 전 세계 전력의 약 7%를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수치는 2017년에는 12%를 넘어서고 2030년까지 매년 적어도 7%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을 어떻게 생산해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IT 분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성장’에만 치우친 클라우드 발전법 시행

2015년 9월 ‘클라우드 발전법(클라우드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클라우드 산업에 대한 투자는 본격화됐다. 정부 차원에서도 클라우드 활성화 정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공공 분야에서 클라우드 도입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공공기관에서 클라우드를 쓰면 경영평가를 할 때 인센티브를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정부가 내세우는 클라우드 활성화 정책의 배경에는 ‘성장’만 있다. 정부는 2018년까지 클라우드 시장을 4조6000억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공공부문에서만 1조2000억원 규모의 시장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로 인해 10조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2조8000억원의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봤다. 이미 국내 클라우드 시장 규모는 1조190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55.2%가 증가했다. 클라우드 기업도 지난해 353개에서 535개로 늘어났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도 속속 국내에 진출하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어떻게’에 대한 고민은 어디에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은 앞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사용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화석 연료로 전력을 생산하는 데서 오는 환경 파괴를 우려한다. 이 때문에 그린피스는 2010년부터 IT 기업들을 대상으로 재생가능에너지와 관련한 성적을 매기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IT 기업들이 100% 재생가능에너지를 통한 인프라를 구축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재생가능에너지 활용 성적은 저조하다. KT와 LG CNS, LG유플러스, S K주식회사 C&C 사업 등은 최저점인 F를 받았다. KT는 데이터센터 시설과 관련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LG CNS와 LG유플러스 등도 데이터센터와 관련한 재생가능에너지 활용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일부 진전된 모습을 보인 기업도 있었다. 네이버는 데이터센터 온실가스 배출 현황을 공개해 투명성을 높였다. 삼성SDS는 재생가능에너지 구매가 가능해질 경우 우선 구매하겠다는 내용을 사칙에 담았다. 데이터센터를 빌려 쓰고 있는 카카오는 데이터센터 운영사에게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요구해 친환경 에너지 사용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은 전체 전력 가운데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이 1%에 불과하다. 중국이 5%, 대만이 4.2%의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비중을 보이는 것에 비해서도 미미한 수준이다. 그린피스는 재생가능에너지 보급에 미온적인 정부의 태도가 이 같은 결과에 한몫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클라우드 활성화만 외칠 뿐, 이면에 있는 데이터센터와 전력 공급 방안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재생가능에너지 구매를 보다 쉽게 하는 전기사업법 일부 개정법률안은 아직 논의 단계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변화 시작

보이지 않는 클라우드의 위협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데서 변화는 시작된다. 해외 글로벌 기업들은 데이터센터와 관련한 정보를 공개하고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장기적으로 달성해 나가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아직 많은 기업들은 데이터센터에 드는 전력량조차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아마존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는 재생가능에너지를 사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2016년 말까지 전체 전력 중 40%를 재생가능에너지로 사용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아마존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버지니아주 등에 풍력발전소를 세웠다. 아마존은 “장기적으로 AWS 시설에서 100% 신재생에너지만을 사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바다 속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실험을 하고 있다. 서버들이 내뿜는 열을 깊은 바다의 찬물로 식히기 위해서다. 열을 식히기 위한 또 다른 장비를 만드는 비용을 줄이고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조력 발전 시스템을 이용해 전기를 직접 생산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애플은 새로 짓는 데이터센터의 부지에서 100%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 마련돼야 한다는 조항을 만들었다. 애플은 데이터센터를 지을 때 지역 내 재생가능에너지 공급도 함께 늘리고 있다. 태양열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싱가포르 내 800여개 건물 옥상에서 생산되는 태양열을 현지 시설에서 사용하고, 중국에는 태양광 시설을 새로 짓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짓는 신규 데이터센터에 재생가능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시작됐다. 이를 위해 지역 전력회사는 장기 전력구매계약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페이스북은 2015년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비율을 35%까지 늘렸다. 2018년까지는 그 비율을 50%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구글은 2025년까지 자사가 구입하는 재생가능에너지의 양을 세 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이들 기업은 이미 4년 전에 재생가능에너지를 100% 사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같은 약속은 20여개 기업으로 퍼져나갔고 점차 그 수가 늘어나고 있다.

글=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m,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