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철 발언’에 충격받았나 崔-朴 약속한 듯 동시 여론전

입력 2017-01-26 01:12
최순실씨가 25일 서울 강남구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체포돼 오면서 기자들을 향해 특검이 자백을 강요하고 있다고 소리치고 있다. 윤성호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소환 요구를 한 달 넘게 거부하다 25일 끌려 나온 최순실(61·구속 기소)씨는 특검을 비난하며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 최씨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공범으로 지목된 박근혜 대통령도 이날 한 인터넷 방송과 인터뷰에서 국정농단 사태 관련 의혹을 모두 부정했다. 두 사람이 그동안 침묵해오던 태도에서 벗어나 같은 날 동시에 반격에 나섰다. 설 연휴를 앞두고 최씨와 박 대통령이 여론전에 함께 나선 모양새다.

최씨는 지난해 12월 24일 특검에 처음 출석한 이후 ‘정신적 충격’ ‘재판 준비’ ‘강압 수사’ 등 갖가지 핑계를 대며 특검 출석 요구를 6차례 거부했다. 결국 특검은 최씨 딸 정유라(21)씨가 연루된 이화여대 입시·학사 비리와 관련한 업무방해 혐의로 지난 23일 최씨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서울구치소에서 최씨를 데려왔다.

구치소 호송차에서 내려 특검 사무실로 향하던 최씨는 기자들에게 “박근혜 대통령과 경제공동체임을 밝히라고 (특검이) 자백을 강요하고 있다”고 소리쳤다. 박 대통령도 인터뷰에서 ‘최씨와 경제공동체라는 이야기가 있다’는 지적에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라며 “엮어도 너무 엮은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이 입을 맞춘 듯 특검의 뇌물죄 수사 논리를 비판해 의심스럽다는 시선도 있다. 특검 관계자는 “최씨가 (특검 수사논리를 반박하기 위해) 발언을 미리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검이 어린 애(정유라)와 손자의 멸망까지 거론했다는 주장도 폈다. 가족이 볼모로 잡힌 모습을 부각해 여론의 동정심을 자극하려는 발언으로 볼 수 있다. 특검은 “수사팀에서 ‘멸망’이란 단어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언론 앞에서 목소리를 높였던 최씨는 비공개 장소인 특검 사무실에 들어서자 별다른 언행을 보여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의 행동은 여론을 고려한 쇼였던 셈이다.

최씨는 이날 특검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하거나 억울하다는 말만 내놓는 등 사실상 수사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규철 특검보(대변인)는 “최씨가 계속 묵비권을 행사하면 그대로 조서를 작성하면 된다. 조사에는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특검이 집행한 체포영장은 최대 48시간까지 유효하다. 특검은 최씨를 상대로 이대 비리 관련 조사를 진행한 뒤 당사자 동의를 거쳐 체포영장에 적시되지 않은 뇌물죄 의혹 조사에도 나설 방침이다. 박 대통령은 특검의 조사에 임하려고 한다며 “일정이라든가 장소는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